어지간한 저가 노트북 한 대 가격과 맞먹는 스마트폰. 그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의 삼성전자 옴니아. 옴니아를 손에 쥐면 이 비싼 제품을 어떻게 활용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을 지 고민이 된다. 단순히 통화하고 문자 주고받으려고 100만원에 육박하는 옴니아 산 건 아니니까.
요금 부담이 있어도 NET1000이나 NET2000 같은 SK텔레콤의 정액 요금제에 가입하면 옴니아로 할 수 있는 게 많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뉴스 보고 메신저 하고 블로깅 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일정관리 등 스마트폰의 기본기도 물론 좋지만 인터넷이 자유로우면 절로 ‘이 맛에 스마트폰 쓰지’라는 생각도 든다.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닌다면? 옴니아를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 GPS 수신 칩셋을 내장한 스마트폰은 전자지도를 구입해 설치하거나 T맵 같은 서비스형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를 매월 정액 요금을 내고 사용할 수 있다.
◆역시 맵피=옴니아 전용 맵피는 옴니아를 내비게이션으로 쓰려는 사용자를 위한 제품이다. 맵피는 PND(개인용 내비게이션 디바이스) 시장에서 전자지도 분야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도의 신뢰성이나 완성도는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총 연장 1억 8,000만km의 도로 정보, 70만건이 넘는 관심지점(POI), 맛집 멋집 같은 다채로운 테마DB 등 방대한 정보량과 함께 단지 음성만 듣고도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는 친절한 안내 기능은 전자지도 그 자체만 보면 흠잡을 곳이 전혀 없다.
게다가 옴니아는 800×480의 고해상도를 지원하는 덕에 화면이 작다는 점만 빼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7인치형 내비게이션과 큰 차이 없이 제대로 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맵피 구입비 6만원 가량을 투자하면 내비게이션이 한 대 생기는 것이다.
차량을 가진 옴니아 사용자라면, 그리고 내비게이션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다면 맵피는 이른바 구입 목록 1호에 올려도둬 좋을 제품이다.
맵피와 T맵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 지 고민이 될 수도 있겠다. 맵피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자지도다. T맵은 안내 기능의 친절도 면에서는 맵피보다 한참은 떨어지지만 ‘빠른 길 안내’라는 단 하나의 가치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가격은 차이가 있다. 옴니아는 한 번 구입하면 평생을 쓸 수 있지만 T맵은 매달 5,000원의 비용을 내야 한다. 큰 의미에서 ‘종량제’라 할 수 있는 T맵의 요금 체계가 부담된다면, 그리고 보다 나은 품질의 길 안내를 받으려면 맵피를 고르는 것이 맞다.
다만 T맵의 ‘빠른 길 안내’를 받아본 수도권, 혹은 광역시 거주 사용자라면 안내 기능이 다소 떨어져도 T맵을 버리고 맵피를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스마트폰에서도 단방향=기존 내비게이션과 차이 없는 길안내 능력을 보이는 건 물론 장점이지만 그 이상이 없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앞서 T맵 얘기를 했는데, T맵이 양방향이라면 맵피는 단방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터넷 되는 PC와 그렇지 않은 PC의 차이다.
맵피가 통신 능력이 없는 일반 PND에 맞춰 개발된 만큼, 당연한 사실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다.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양방향 통신 기능을 제공하려면 제조사인 엠앤소프트도 상당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니 단순하게 최적화를 못 시켰다고 떨어지는 상품으로 치부할 마음도 없다.
그러나 T맵과 맵피를 놓고 저울질 하는 소비자의 마음은 냉정하다. 옴니아에서 무리 없이 수행되도록 내부 코드를 다시 손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일반 PND형 맵피와 옴니아용 맵피는 다른 것이 없다. 적어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뭔가 다른 걸 더 넣었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있었겠으나 큰 것 하나가 빠진 지금 그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이다.
맵피는 기본이 된 제품이다. 방대한 데이터량과 친절한 길 안내 기능은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옴니아에선 한 가지가 빠져있다. 바로 이 점이 아쉽다.
<한주엽 기자> 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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