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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20년, 삶을 말하다⑩] 스무살된 애니콜, 한국 휴대폰 '산증인'

20년만에 세계 2위 등극…프리미엄 전략 성공 비결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이 그렇다. 전세계 휴대폰 사용자 5명 중 1명은 국내 업체의 휴대폰을 사용한다. 그 출발에는 삼성전자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1988년 국내 자체 기술로 처음으로 선보인 'SCH-100'은 벽돌보다 컸다. 199*69*46mm의 크기에 450g. 가격은 165만원. 당시 모토로라 등 국내 점유율 70%를 자랑하는 절대강자였다. 모토로라 외에도 노키아 에릭슨 등 강자가 즐비한 상황이었다.

◆국내 휴대폰 산업 추춧돌 놓은 애니콜=한국 휴대폰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애니콜'. 삼성전자는 1993년 11월 무게 100g대 휴대폰 'SH-700'을 출시하면서 애니콜 신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국 지형에 강하다'라는 애니콜 슬로건은 한국 휴대폰 업계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때가 1994년 8월. '애니콜'이 인지도를 높여가는 것과 함께 한국 휴대폰 산업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삼성전자는 1995년 7월부터 국내 시장 1위에 올라선 뒤 13년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애니콜이 세계 시장으로 나선 것은 1996년. 저가 제품으로 물량공세를 하는 대신 고가 프리미엄 휴대폰 이미지를 표방했다.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10%이상 높은 가격을 책정한 것.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수출을 시작한지 3년만에 세계 4위 휴대폰 업체로 올라섰다.

삼성전자의 첫 번째 텐밀리언셀러폰은 컬러폰 시대를 알린 'SGH-T100(이건희폰)'이다. 2002년 출시한 'SGH-T100'은 삼성 휴대폰 가운데 처음으로 1000만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웠다. 듀얼 LCD에 조약돌을 닮은 유선형 폴더 디자인의 이 제품은 지멘스를 제치고 삼성전자를 노키아, 모토로라와 함께 세계 3대 휴대폰 제조업체에 올려놨다.

휴대폰의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극찬받은 삼성전자의 '벤츠폰(SGH-E700)'도 당시로는 선도적인 인테나 제품(안테나를 내장한)으로 텐밀리언셀러폰에 올랐다.

◆블루블랙폰, 휴대폰 디자인을 선도하다=슬라이드폰 전성시대를 연 제품은 삼성전자 '블루블랙폰(SGH-D500)'. 국내에서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이 광고모델로 나서 화제가 된 이 제품은 출시 1년도 안돼 1000만대가 넘게 팔렸다. 흰색이나 회색의 맑은 무채색과 원색 등만이 휴대폰 색상으로 채택되던 상황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이라는 블루블랙 컬러를 과감하게 도입해 세계 휴대폰 시장에 '블랙 열풍'을 일으켰다.

2006년에는 휴대폰 시장으로 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에서 진출 10년 만에 누적 판매 1억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1억대를 기록한 것은 미국인 3명 중 1명 꼴로 삼성 휴대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1억대의 휴대폰을 쌓으면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높이의 226배에 달한다.

지속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신흥시장 공략에도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중저가폰 SGH-E250은 지난 2006년 11월 출시 이후 삼성의 텐밀리언셀러 중 가장 빠른 9개월만에 10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8월에는 3000만대를 넘어섰다. 신흥시장 교체수요에 착안한 '엔트리 프리미엄' 전략이 성공 열쇠였다.

지난 2007년까지 삼성전자가 판 누적 휴대폰 수는 7억여대. 일렬로 늘어놓으면 서울 부산을 70번 이상 왕복할 수 있다. 지구 둘레는 두 바퀴에 조금 못 미친다. 모토로라도 눌렀다. 세계 2등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세그멘테이션에서 지배력을 확대해 2억대 이상 판매를 목표로 정했다. 특히, 올해는 고화소 카메라폰 등 멀티미디어폰, 전면터치스크린폰, 3G폰 등 하이엔드 시장 주도와 스마트폰 라인업 확장, HSUPA 등 신기술 적용 휴대폰 적기 출시로 프리미엄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프랑스, 러시아 휴대폰 시장 1위, 영국 소비자 만족도 1위, 4년 연속 미국 최고 휴대전화 브랜드를 차지하는 등 전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애니콜.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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