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수영 400m 자유형에서 박태환 선수가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00m에서도 아시아신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놀라운 성적이다. 대한민국이 박태환에게 열광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마치 2002년 월드컵축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까지 수영은 올림픽에서만큼은 대한민국에게 생소한 스포츠였고, 글로벌 수준과는 한참이나 떨어지는 열등감을 안겨 주었기때문이다.
190센터미터가 넘는 장신에다 어마 어마한 근육질의 서양인들의 전유물과 같았던 종목에서 세계 정상을 차지했으니 그에 따른 희열은 당연히 배가될 수 밖에 었다.
우리 나라 통신산업을 올림픽 종목으로 치환한다면 어떨까. 어쩌면 이같은 희열을 맛볼날도 멀지 않다.
이미 우리나라는 휴대폰 분야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이동통신 산업의 출현은 20여년만에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휴대폰 기업을 키워냈다.
물론, 국내 가입자수가 4천만명 이상을 확보하면서 관련 콘텐츠, 통신 장비 등 유관 산업의 탄생과 발전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이통산업은 협소한 국내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왔다. 가입자 수가 7월말 현재 4500만명을 넘어선 것에서 보듯이 가입자 기반을 더 이상 확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휴대폰 기업으로 도약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업계도 휴대폰 업계와 비교하면 아직은 기대에 못미치지만 글로벌 경영의 시동을 걸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세계인 4명중 1명은 한국 휴대폰 사용=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도전은 초창기 말 그대로 바위에 계란을 치는 격이었다. 모토로라, 노키아 등 세계 유수의 단말기 제조업체와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가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잡았고 LG전자도 3위 입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 두 업체가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25%를 차지하며 휴대폰 강국 이미지를 세계에 심고 있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자체 개발한 휴대폰인 SH-100을 선보이면서 휴대폰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휴대폰 시장은 모토로라, 노키아 등 외국업체들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모토로라의 경우 시장점유율 70%에 육박하는 독점력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삼성전자는 1993년 11월 무게 100g대의 SH-700을 내놓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1994년 점유율 30%대에 진입하고 이듬해 52%를 차지하면서 국내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 했다.
이후부터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가 눈부셨다. 2002년 출시한 SGH-T100의 경우 처음으로 천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3대 휴대폰 제조업체로 부상했고 지난해에는 1억6110만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세계 2위의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를 잡았다.
초창기 모토로라와 경쟁할 당시만 해도 모토로라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였지만 현재 양사의 위치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선진시장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과 신흥시장에서의 엔트리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올해 삼성전자는 2억대 이상의 휴대폰 판매와 두 자릿수의 이익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요 휴대폰 제조사로 자리매김 했다.
LG전자가 휴대폰 시장에 처음 관심을 가진 때는 1986년이었다. 휴대폰 기술제휴선을 물색하던 LG전자(당시 금성통신)은 1987년 미국 FONETEK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휴대폰 개발에 착수했다.
LG전자가 결정적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든 계기는 1996년 세계 최초의 CDMA 이동통신 서비스의 시작이었다.
외국산 일색이었던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였다. 같은해 LG전자는 LG-LDP200을 선보이면서 CDMA 시장에 안착했다.
2000년대들어 LG전자의 글로벌 시장 공략은 본격화됐다.
브루 탑재 휴대폰, CDMA2000 1x, 동기식 IMT 2000단말기, GSM/WCDMA 듀얼단말기 등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유럽, 미국 휴대폰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그 결과 LG전자는 2001년 상반기에 세계시장 500만대 공급으로 글로벌 톱 10에 진입했고 2004년에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4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전세계 CDMA 시장에서 1위, 북미 휴대폰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재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LG전자의 위치는 4위. 하지만 3위인 모토로라를 제치는 것은 시간 문제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에 우리 이동통신 기술을 심는다=삼성전자, LG전자와는 달리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의 세계 시장 공략은 아직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서비스 업종의 경우 명확히 구분되는 상품이 존재하지도 않고 주요 국가의 경우 현지 통신업체가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때문에 이동통신의 해외 진출은 생각보다 쉽지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F 등 국내 주요 이동통신 업체들은 실패를 자산삼아 끊임없이 세계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일단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미국 힐리오 사업을 최근 접었다. 철저한 현지화 계획 없이 시작한 것이 실패 요인이었다.
스프린트 넥스텔 인수설 역시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 결정된 것이 없다. 중국의 CDMA 사업 역시 중국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개편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차이나유니콤 지분 6.6%가 3.8%로 축소된 상황이다.
베트남 S-Fone, 몽골 등 역시 아직 의미할 만한 성과는 이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해외진출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포화된 내수시장에서는 더 이상 큰 성장을 이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국내에서의 성장은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이 정체됐다는 것은 이제 해외로 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누차 강조해왔다.
미국 사업의 경우 힘든 과정을 겪어왔지만 쉽게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생각이다.
MVNO나 MNO 여전히 가능성이 남아있고 컨버전스를 통한 다양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SK텔레콤은 올해 미주사업부문을 새로 신설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와 기술 등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서비스 커버리지 확장과 동시에 가입자 기반 확보 및 매출액 증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을 실시, 연말까지 5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다면 S-Fone 사업 역시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SK텔레콤은 기대하고 있다.
KTF도 국내에서의 WCDMA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KTF는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지역 이통사와 연합한 ‘커넥서스’에 가입, 해외에서도 SHOW의 신화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KTF는 NTT 도코모와 공동으로 말레이시아 3G 시장에 진출했으며 망관리시스템 등 솔루션과 컨설팅 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U모바일 경우 KTF가 CEO, CTO, CMO 등 경영진을 파견한 상태다. KTF는 서비스 시작 1년 동안 60만명, 2년내에 14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KTF는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추가 진출을 타진 중이다.
이처럼 KTF가 해외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국내시장의 성장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CDMA가 퇴조하고 GSM 계열이 세계 지배적 표준으로 등극했기 때문.
지난해 국내 이통사 중에서는 가장 먼저 WCDMA에 진출하며 경쟁력을 쌓은 KTF로서는 협소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문을 두드릴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이와 관련, 조영주 KTF 사장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보급률이 90%에 달하고 요금인하 압력 등으로 성장이 한계에 달했지만 세계에는 아직도 보급률이 30%에도 미치지 않는 국가들이 많다”며 “아시아 지역을 발판으로 세계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열악한 환경을 딛고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로 떠오른 것처럼 국내 이통사들 역시 글로벌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자로 발돋움 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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