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을 뒤흔들던 관세 전쟁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국과 중국이 자국산 배터리에 부과하던 고율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반사이익을 기대하던 한국 기업들도 전략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일시적 완화 국면이지만, 향후 관세 정책의 방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관세 복원, 협상 장기화 등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중국 ESS와의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에 최대 173%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다. 이 조치는 ESS 시장에서 90% 이상을 점유하던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강수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미국 내 설치업체들 사이에서는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며,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열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번 유예 합의로 향후 90일 동안은 관세율이 30% 수준으로 낮아졌고, 중국의 가격 경쟁력 회복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수요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성장 돌파구로 ESS에 주목해왔다.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ESS는 재생에너지 확산과 전력망 안정화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 생산을 조기 가동해 수주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는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국내 생산 기반을 활용해 미국 수요에 대응 중이다. SK온은 북미 ESS 시장에 본격 진입하지는 않았지만, 파우치형 배터리 라인을 ESS 전용으로 전환하는 등 진입 준비에 들어갔다.
이러한 전략은 지난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서도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안전성 LFP 컨테이너형 ESS를, 삼성SDI는 고출력 UPS와 고에너지밀도 ESS 제품을 실물 크기로 전시하며 기술 완성도를 입증했다. 급격한 변화보다 기존 전략의 정교화와 실효성 강화를 중심에 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관세 유예라는 변수 속에서도 중장기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이번 전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단기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기술 완성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고안전성, 고출력 등 ESS 핵심 성능을 실제 수요처 요구 수준으로 구현해낸 점도 의미가 크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 속에서도 일관된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90일 뒤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든, 그에 대응할 전략적 계산은 지금 이뤄지고 있어야 한다. 숨 고르기일 뿐, 관세 정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공급망 다변화를 추구하는 미국 내 수요는 여전히 유효하며, 고율 관세 카드 재등장이나 협상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은 관세 복원 시 조기 현지화 확대, 관세 무산 시 포트폴리오 재조정, 정책 협상 장기화 시 유연한 공급 체계 유지 등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 ESS는 전기차보다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될 수 있는 전력 인프라의 핵심이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인프라 구축의 필수 요소로 부상하는 이 시장에서, 주도권 확보의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지금이야말로 '반사이익'이 아닌 '실력'으로 시장을 설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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