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일은 우리가 다 했는데, 수익은 SI가 다 가져가요.”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전문기업들은 최근 취재 과정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기술 설계부터 개발, 구축까지 대부분 실무를 맡고도, 수익과 실적은 SI 기업이 챙겨가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AI·빅데이터 등 고도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도, 기존 IT 시장의 ‘대형 SI 중심’ 구조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실질적인 기술 인력이나 전문성 없이 ‘주사업자’라는 지위만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실제 과업은 외주에 맡기고 수익은 자신들이 챙기는 관행이다. 현장에서는 이를 ‘모자 장사’라고 부른다.
특히 일부 SI 기업은 실질적인 기술 수행 없이도 총괄관리(PM) 명목으로 전체 사업비의 30~40%에 달하는 마진을 챙기고 있다. 반면 실제 기술을 수행한 중소 전문기업은 낮은 단가에 과도한 책임을 떠안고도 제안서에 이름이 오르지 않아 정식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선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AI와 빅데이터 분야는 ‘신기술 확산 필요성’이라는 예외 조항이 적용된다. 소프트웨어진흥법과 관련 지침에 따르면 국제 경쟁력 강화나 기술 확산이 시급한 경우 심의를 거쳐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이러한 제도적 예외는 오히려 기술력 없는 SI 기업들이 신기술 사업 이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대형 SI는 주사업자 지위를 바탕으로 수행 이력을 확보하는 반면, 실제 작업을 맡은 전문기업들은 존재조차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발주처 선택 기준도 구조적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대형 SI 이름이 찍힌 제안서는 그 자체로 신뢰를 얻지만, 생소한 기술 전문기업 제안서는 평가 단계에서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이로 인해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도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고 주사업자에 따라 단가와 계약 조건이 결정된다. 시간이 갈수록 실적은 SI가 가져가고 리스크는 전문기업이 부담하는 구조가 고착화된다.
AI 사업은 단순 IT 용역과는 달리 전문성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인 영역이다. 그러나 현재 발주 방식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 목표가 기술적 성과보다 ‘사업 이력 확보’에 치중될 때 시장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로 IT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신기술 분야마저 이러한 구조가 계속된다면 결국 국내 AI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게 된다. 발주 체계 개선이 어렵다면 최소한 실질 기술기업 역할과 기여에 대한 적절한 평가와 보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존 SI 관행이 기술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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