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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IPO] "제2의 에이피알이 될 거예요"…K뷰티·패션 IPO 전성시대

에이피알 메디큐브 미국 LA MOXY호텔 전광판 옥외광고. [ⓒ에이피알]
에이피알 메디큐브 미국 LA MOXY호텔 전광판 옥외광고. [ⓒ에이피알]

[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에이피알이 만든 판이 달라졌다. 브랜드 하나로 만든 실적이 자본시장의 시선을 바꿨다. 에이피알의 성공적 상장 이후, 패션·뷰티 업계에 '제2의 에이피알'을 노리는 상장 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 전반에 '제2의 에이피알'을 자처해 상장 러시가 본격화되고 있다.

에이피알이 코스피 상장 첫해에만 매출 72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을 기록했다.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 집중한 전략은 미국과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효과를 봤다. 특히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과 스킨케어 브랜드 '메디큐브'가 주도한 성장은 브랜드 기반 기업의 새로운 벤치마크로 자리잡았다.

이후 에이피알의 사례는 패션·뷰티 기업도 안정적으로 상장하고, 이후에도 실적을 통해 시장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자본시장 안팎에서 '검증된 모델'로 받아들여지면서, 유사한 전략을 가진 패션·뷰티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시도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상장에 성공한 에이유브랜즈도 대표적인 사례다. 기능성 레인부츠 브랜드 '락피쉬'를 전면 리브랜딩해 '락피쉬웨더웨어'로 재출시했고, 지난 4월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에이유브랜즈는 지난 3월13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2000여개 기관의 참여를 이끌어낸 바 있다. 경쟁률은 816대 1에 달했으며,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1만600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확보한 자금은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 공략에 투입한다. 제품 브랜드에 집중해 글로벌로 확장하는 구조는 에이피알과 닮았다.

국내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플랫폼 기반 기업 중 상장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상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조2400억원, 영업이익은 1000억원을 넘기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산총액도 2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 첫 사업보고서를 제출했고, 연내 상장 주관사 선정이 예상된다. 확보한 자금은 물류 및 테크 인프라 강화,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달바글로벌도 IPO 완주에 도전한다. 달바글로벌은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다. '퍼스트 스프레이 세럼'으로 알려진 미스트 제품이 승무원 화장품으로 입소문을 타며 누적 판매량 5000만개를 넘겼다. 2021년 매출 690억원에서 지난해 3091억원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20%에서 45%로 뛰었다. IPO로 조달한 자금은 마케팅과 인수합병(M&A)에 투입한다.

글로벌 소비재 시장에서 먼저 자리를 잡은 미미박스도 상장을 준비 중이다. '아임미미', '카자', '누니' 등 자사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강세다. 아마존, 세포라, 월그린 등 주요 유통 채널에 입점해 있고, 지난해에는 월그린 1,600개 매장에 '아이듀케어' 40개 품목을 공급했다. IPO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미미박스는 자사 브랜드를 직접 기획·유통하면서, 동시에 외부 브랜드 상품도 함께 운영하는 구조로, 플랫폼과 브랜드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수익성보다는 확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바글로벌 기자간담회 현장사진. [ⓒ달바]
달바글로벌 기자간담회 현장사진. [ⓒ달바]

이들 기업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IPO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공통점을 보인다.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실적을 증명했고, 해외 수요를 성장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플랫폼이든 단일 브랜드든, 글로벌 소비자 접점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구조다.

K뷰티·패션 업계는 오랜 기간 위탁생산(OEM), 기획생산(ODM) 위주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브랜드 중심의 수익 모델이 빠르게 부상했고, 에이피알의 상장은 그 변화를 제도권 자본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무신사, 달바, 미미박스, 에이유브랜즈는 그 뒤를 잇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들의 상장 성패는 국내 패션·뷰티 기업들이 자본시장 안에서 지속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를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공모시장에서는 브랜드의 수익성과 해외 매출 비중, 제품 다변화 전략 등이 실질적인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유브랜즈가 800대 1이 넘는 수요예측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고, 달바글로벌도 빠른 실적 성장과 글로벌 매출 확대를 앞세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이피알이 증시에 안착하면서, 예전 같으면 상장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던 브랜드 기업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생산 능력보다 기획력과 해외 대응력이 상장의 기준이 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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