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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당국, '관세' 충격에 기업대출 확대 독려… 은행권 "땡큐"

ⓒ5대 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

[디지털데일리 강기훈 기자] 미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해 국내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기업대출을 늘리도록 독려하는 등 창구지도에 나서고 있다 .

은행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어려운 시기에 '기업신용 공여'라는 공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를 받으면서 기업대출을 늘리고, 동시에 실적개선을 도모할 수 있어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7개국의 수입품에 부과하겠다고 한 상호관세가 한국 시각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 공식 발효됐다. 한국의 경우 25%의 관세가 부과되며, 보복 관세로 대응한 중국에 대해선 도합 120%의 관세가 적용된다.

상호관세가 발효되기 전 이미 당국의 시계는 바쁘게 돌아갔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오전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장,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 회장, 은행연합회장, 산업은행 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예금보험공사 사장, 금융투자협회장,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을 소집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외 경제 및 산업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며 "이럴 때일수록 금융이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해 시장안정을 유지하고 금융중개가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사와 정책금융기관들이 중심이 돼 금융시장 안정과 함께 기업 등 실물 부문에 대한 자금 지원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수장이 직접 은행들에 기업대출을 늘릴 것을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도 보조를 맞췄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금감원 본사에서 '미국 상호관세 대응 점검 회의'를 열고 "은행들이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원활히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자본 규제 관련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대출에 있어 국제결제은행(BIS) 자본 규제 상 위험가중치를 낮추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수출로 영위하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는 경우에 한해서다. 은행 입장에선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분류되는 기업대출을 기존보다 쉽게 늘릴 길이 생긴 셈이다.

국내 은행권은 당국의 요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일 하나금융은 선제적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총 6조3000억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7일엔 KB금융이 8조원, 신한금융이 10조5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으며, 8일 우리금융은 10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사기업이긴 하지만 동시에 공적인 역할도 수행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며 "타격을 입은 중소 수출기업에 금융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물론 실적 제고를 위한 좋은 기회가 왔다는 분석 또한 존재한다. 기업대출을 늘림으로써 금리 인하기를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금리 인하기엔 순이자마진(NIM)이 감소해 실적이 후퇴하곤 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은행들은 국민을 상대로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들어왔다"며 "이에 실적 성장을 위해 가계대출을 더 늘리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기업대출을 늘릴 것을 지시하고 기업대출 관련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한 것은 은행들에게 기회"라며 "자산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업금융에 힘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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