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규리기자] LG생활건강의 북미 시장 부진이 길어지면서, 해외 사업 비중 조정이 요구되고 있다. 중국 회복세에 기대 실적을 방어하긴 했지만, 북미 실적은 1년 내내 두 자릿수 역성장을 이어가며 한 축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이다. 위기의식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LG생활건강은 올해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본격 착수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해외 매출 2조11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증가한 실적을 냈다. 전사 매출 6조8119억원 중 해외 비중은 31%로, 정체됐던 글로벌 실적에 다시 성장 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중 중국은 전년 대비 12.5% 증가하며 회복세를 주도했고, 기타 신흥시장도 14.5% 성장률을 기록하며 해외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일본도 3.5% 회복세를 보였지만, 북미 시장은 4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며 연간 13.2% 하락했다. 해외가 전사 성장의 유일한 돌파구로 부상한 가운데, 북미 시장이 LG생활건강의 발목을 잡았다.
또한 지난해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은 4590억원으로 5.7% 줄어든 반면, 당기순이익은 2039억원으로 24.7% 증가했다. 수익성 둔화 속에서도 해외 부문은 전사 실적을 방어하는 핵심으로 부상했다.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3.5% 증가하며 전체 매출 내 비중도 확대됐다. 국내 매출이 1.4% 감소한 가운데, 해외는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지속한 셈이다.
문제는 북미다. LG생활건강의 북미 매출은 연간 기준 13.2% 감소했으며, ▲ 1분기 10.9%, ▲ 2분기 16.6%, ▲ 3분기 15.9%, ▲ 4분기 10.8%로 전 분기 모두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2~3분기 하락폭이 컸다. 브랜드 이미지 약화, 유통망 경쟁 심화, 소비 트렌드와의 괴리 등 복합적인 구조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매출 비중이 30%를 넘긴 상황에서 북미 장기 부진은 방치할 수 없는 걸림돌이 됐다.
LG생활건강은 뷰티 부문에서 매출과 이익 모두 성장하며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한 상황에서 북미 시장에서의 리밸런싱을 과제로 맞게 됐다. 앞서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미주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 리밸런싱을 가속하겠다"며 북미 회복을 그룹 내 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이 같은 선언은 중국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미국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뷰티업계 관계자도 "중국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소비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지금의 실적 개선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해외 매출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현재 구조에선 장기 성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미국 시장에서의 포트폴리오 확장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브랜드 현지화, 유통망 재정비 등 글로벌 사업 재구조화에 착수했다.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주력 브랜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북미 시장 내 브랜드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채널을 전초기지 삼아 고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빌리프, CNP, 더페이스샵 등 주요 브랜드를 중심으로 Z세대·MZ세대 취향을 반영한 제품을 강화하고 있으며, 아마존 등 플랫폼을 통해 시장 가능성을 점검 중이다.
실제 더페이스샵은 2023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감수' 라인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148% 증가했고, CNP 립세린은 립버터 카테고리에서 약 6개월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빌리프는 '아쿠아 밤 아이 젤'을 통해 브랜드 회복을 시도 중이다.
이 같은 온라인 중심의 단기 성과는 LG생활건강이 북미에서 브랜드 가능성을 확인한 첫 신호로 평가된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와 제품 현지화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기존 수출 중심 판매 구조에서 탈피해, 실제 고객 접점을 전방위로 구축하려는 전략 전환이다. 디지털 채널 성과를 마케팅 지표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 매출과 충성 고객 확대까지 연결할 수 있느냐가 올해 북미 전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미 시장 공략을 뒷받침하는 외부 환경도 우호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미국 화장품 수출국 중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를 제쳤다. 한국의 대미 화장품 수출액은 약 2조5000억원으로, 한류와 K-뷰티 트렌드의 확산이 북미 내 수요 기반을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도 브랜드 인지도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LG생활건강은 일본·중국·동남아 등 해외 주요 시장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채널 확대를 통해 해외 실적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색조·오랄케어 브랜드가 유통망에 안착했고, 중국은 더후 리브랜딩 효과로 수익성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있다. 동남아와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시장 진출도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넓히는 중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국내외 이커머스 채널에 적극 진출하는 동시에, 글로벌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디지털 콘텐츠 역량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며 "연구개발(R&D) 혁신과 외부 협업을 통해 글로벌 품질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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