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민후 이채니 변호사] 국가나 준정부기관의 일반경쟁입찰 공고에 참여 후 낙찰자가 발주기관에 공급할 제품이 독점 제조, 공급 제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 제품의 독점 제조업체가 지위를 이용하여 공급을 부당하게 거부하였고, 이로 인하여 발주기관에 물품 납품이 불가해져 낙찰자에게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이 내려졌다. 위 처분에 대한 취소를 구할 수 있을까? 어떻게 대비하여야 할까?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05. 12. 14. 법률 제772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국가계약법'이라 한다) 제27조 제1항에서 각 중앙관서의 장은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하여서는 일정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하고, 같은 법 시행령(2005. 9. 8. 대통령령 제190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6조 제1항은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사유를 열거하면서 제6호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를 이에 포함시키고 있는바, 국가계약법 제27조 제1항에서 부정당업자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제도를 둔 취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서 공정한 입찰 및 계약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일정기간 동안 입찰 참가를 배제함으로써 국가가 체결하는 계약의 성실한 이행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가가 입게 될 불이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헌법재판소 2005. 6. 30. 선고 2005헌가1 전원재판부 결정)
따라서 대법원은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6호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모든 채무불이행에 대하여 무조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비례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므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내용, 체결경위 및 그 이행과정 등을 고려하여 채무불이행에 있어 정당한 이유가 없고, 아울러 그것이 경쟁의 공정한 집행 또는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할 염려가 있거나 기타 입찰에 참가시키는 것이 부적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여야 할 것이라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6두16458 판결).
위 판례에 따르면 채무불이행만을 이유로 내려진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은 제한되어야 하고 처분의 위법, 적법성은 구체적인 사안에서의 계약 내용 및 체결경위, 이행과정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다만 이미 내려진 처분을 취소하기 위해서 이러한 사정의 입증책임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에게 있다.
또한 공사 등의 입찰·계약의 집행과 관련하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시행령」(이하 "시행령"이라 한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하 "시행규칙"이라 한다) 및 「특정조달을 위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특례규정」(이하 "특례규정"이라 한다)에서 위임된 사항을 규정한 (계약예규)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아래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위 기획재정부 예규 제5조의3 제2, 3항과 같이 발주기관이 물품구매에서 특수한 성능 등을 규격서에 반영하고자 하는 경우, 계약담당 공무원은 입찰 공고 전 제조사 또는 기술지원사와 미리 물품공급 또는 기술지원협약을 체결하여야 하고, 이러한 협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다른 물품으로 발주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협약 내용을 공고에 명시하고, 낙찰자 결정 후 낙찰자에게 사본을 제공하여 낙찰자가 확약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러한 ‘특수한 성능’에 특정 제조사가 독점적 지위를 가진 경우도 포함이 된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타 제조사가 만든 그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능의 호환성 배터리는 납품이 불가하고 특정 제조사가 제조한 정품 배터리만이 납품 가능한 사안에서, 제조사의 판매 정책에 따라 납품 여부가 좌우되므로 납품 성격에 있어서는 사실상 특수한 성능의 제품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보고있다(서울고등법원2014. 6. 26. 선고2013누49373판결).
또한 제조사가 이와 같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위험성을 방지하고 계약상대자의 계약체결 및 이행에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는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 제5조의3을 신설하였으므로, 이 사건 물품이 시중에서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특정 제조사의 공급확약서를 조건으로 하였다면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 제5조의3에서 말하는 ‘특수한 성능 등’을 요구하는 것과 같다고 할 것이어서 발주기관인 피고로서는 공정한 경쟁과 낙찰자의 원활한 계약 이행을 위하여 제조사 등과 미리 물품공급협약을 체결하는 등으로 선행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서울고등법원2014. 6. 26. 선고2013누49373판결).
더불어 기획재정부장관은 2013. 5. 15.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정부입찰·계약 집행기준 제5조의3 제2항 및 제3항에 관하여 “동 규정은 물품제조사 (기술지원사)가 과도한 사용료 및 지원조건을 요구하는 등의 지위를 남용하는 것을 막아 낙찰자의 원활한 계약체결 및 이행을 도모하고자 도입된 것으로서, 그 취지를 감안할 때 특정 업체가 물품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일반물품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임”이라는 내용의 유권해석을 하였다.
이를 종합하면, 앞선 사안의 경우에도, 독점 제조사의 부당한 지위 남용으로 낙찰자가 국가 혹은 준정부기관인 발주기관에 물품 공급계약을 불이행하게 된 경우, 발주기관이 물품공급협약을 미리 체결하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 하에서도 낙찰자가 물품공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계약이 불이행된 것이라면,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 낙찰자에 대한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국가 및 준정부기관의 물품공급계약 일반경쟁입찰에 참가하는 기업들이 위와 같이 제재처분을 받는 상황을 미리 막는 것이다. 입찰 참여 기업은 계약 체결 전에 미리 입찰 물품의 독점 상황을 파악하고, 발주기관이 물품공급 기술지원확약서를 공고에 명시하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위 사안과 같이 낙찰 이후에 제조 및 판매사의 독점상황을 알게 되었고, 독점 공급 업체가 부당한 요구를 하여 납품을 하지 못하여 불가피하게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받게 될 것 같다면, 계약의 이행, 즉 발주기관에 물품 공급을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했음을 입증할 증거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독점 공급업체의 부당한 요구 사항을 미리 기록, 객관적인 자료로 확보해두고, 발주기관에도 이러한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국가 및 준정부기관과의 물품 조달계약 체결 시, 이러한 사항을 미리 확인해 입찰참가자격제한 제재처분을 피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계약 이행을 위한 노력들을 객관적인 자료들로 남겨두길 권장한다.
<이채니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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