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옥송이 기자] '자성과 쇄신'. 19일 열린 삼성전자의 제56기 주주총회에서 나온 경영진의 발언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주총에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진에 당부한 '사즉생(死卽生)'의 자세에 따라, 과오를 인정하면서도 올해 강도 높은 변화와 성과를 약속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회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총은 전자계열사 수장들이 연이어 주주들에 고개숙여 사과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도 올해 M&A 추진 등 구체적 경영 계획을 내놓으며,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 한종희 "주가 회복 하겠다"…뼈를 깎는 노력 다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주주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가 하락세와 리더십을 잃은 반도체 경쟁력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위와 같이 말했다.
그는 "당사는 지난해 변화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스마트폰, TV, 생활 가전 등 주요 제품에서도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주가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경영진으로서의 실책을 인정했다.
이어 "미국발 관세 이슈와 이에 대응한 대상국들의 보복 관세 움직임이 글로벌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대내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당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간 M&A 성과를 묻는 한 주주의 질의에는 "여러 M&A를 지속 추진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도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M&A를 위해 관련 조직을 갖추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주주들 질문 집중 포화 DS…전영현 "2분기 성과" 약속
주주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반도체(DS) 부문 전영현 부회장은 "문제의 원인을 저희 스스로에게서 찾고, 반도체 조직 문화를 재정립해 올해 2025년을 근원적인 경쟁력 회복의 해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DS부문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성장성과 수익성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하는 중장기 전략도 발표했다. 전 부회장에 따르면 DS부문은 선단 공정 기반 고대역폭 메모리(HBM) 적기 개발로 차세대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확대하는 등 고수익 반도체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 부회장은 "메모리는 특성과 품질에 대해 타협 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신공정과 차세대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특히 VCT(수직 채널 트랜지스터)와 본딩 기술과 같은 차세대 기술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는 등 미래 반도체 개발을 선제적으로 준비해 사업을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을 위해 차세대 기술과 제품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수익성 측면에서는 고성장 제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환다. 공정 수익성 제고를 통해 고수익 사업구조를 확보할 방침이다. 낸드의 경우 고성능 고용량 SSD 등 고부가 차별화 제품을 강화해 사업의 질을 제고할 방침이다. 시스템 LSI는 고수익 AI 제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사업구조 개선으로 지속성장 가능한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온디바이스 생성형 AI용 SoC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극저조 둥 차별화된 이미지센서 기술을 개발해 플래그십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한다. 파운드리는 누설전류를 줄이는 GAA(Gate All Around), 차세대 D램, 첨단 패키징 기술을 연계해 제품 경쟁력을 제고한다.
전 부회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과오를 되풀하지 않겠다. 빠르면 2분기, HBM 3E 12단으로 시장 내 주도적 역을 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올해 전체 HBM 공급은 작년 대비 상당 수준 늘어난다. 이로써 저희도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HBM4라든가 커스텀 HBM 같은 차세대 제품에서도 노력 중이다. 주주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HBM 사업에서도 좀 더 분발하겠다"고 덧붙이며, 주가 하락 및 HBM 경쟁력 저하 등으로 성난 주주들 마음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이날 주주들의 송곳 질문은 DS부문 곳곳을 파고들었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에 대한 지적에 전 부회장은 "'고객 서비스 중심 사고'를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나가겠다"며 "수율 개선, 비용 절감 등으로 수익 구조도 개선해 나가겠다. 또한 미래 성장 강화를 위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특히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4인, 사내이사 3인 등에 대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특히 신규 사내이사인 전영현 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은 '반도체 전문가'로,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경쟁력 회복 의지가 엿보인다.
신규 사외이사 역시 반도체 전문가가 합류했다. 이혁재 교수는 서울대학교 전기정보학부 교수 겸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사업진흥센터장은 이사회 일원으로서 삼성전자 반도체 전략에 기여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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