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오픈AI·앤스로픽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캐나다 인공지능(AI) 유니콘 기업 코히어(Cohere)가 LG CNS와 손잡고 국내 기업용 AI 시장 문을 두드린다. 한국에서 LG CNS와 최초이자 독점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코히어는 국내 기업 맞춤형 ‘에이전틱(Agentic) AI’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코히어의 에이단 고메즈 최고경영자(CEO)는 6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한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LG CNS와 원팀(One Team)으로 협력해 시장공략(Go-to-market)을 함께할 것”이라며 “한국어·금융 특화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한국 시장 맞춤 AI 스택을 제공하면서, 마케팅과 온보딩 교육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코히어는 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의 학술적 기반이 된 2017년 구글 ‘트랜스포머’ 논문(‘Attention Is All You Need’)의 공저자인 고메즈를 중심으로 2019년 설립된 이래, 약 6년 만에 기업가치가 8조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다. 국내에선 종종 오픈AI의 대항마로도 꼽히지만, 사실 코히어는 챗GPT와 같은 소비자용(B2C)이 아닌 기업용(B2B) LLM 개발에 특화돼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다.
최근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 중인 코히어는 한국에도 오피스를 내고 본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한국 파트너로 LG CNS와 손잡고, 올해 1월 출시한 기업용 AI 에이전트 플랫폼 ‘노스(North)’를 선보일 계획이다. 노스는 캐나다 최대 은행인 RBC와 사우디아라비아 STC그룹 등 고객 사례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고메즈 CEO는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대단히 기술친화적인 시장인 만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노스는 인사·재무·고객지원 등 기업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를 비롯해 다양한 LLM이 탑재돼 있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에이전틱 AI는 지시받은 대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에이전트 AI’와는 달리 자율성과 의사결정 능력을 갖춰 스스로 판단하고 실행까지 한다는 것이 핵심으로, 최근 AI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고메즈 CEO는 노스에 대해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개인정보보호”라며 “우리는 VPC(가상 프라이빗 클라우드)나 클라우드 환경뿐만 아니라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는 온프레미스로도 배포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가 기업 내부 인프라에서 유지돼 데이터 유출 위험이 전혀 없다”고 소개했다.
또한 “노스 플랫폼은 완전히 개방형으로 설계돼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도구와 쉽게 연동될 수 있다”며 “일부 경쟁사들은 특정 생태계에 강하게 종속돼 소수의 데이터소스에만 연결할 수 있는 제한이 있지만, 노스는 어떤 시스템이든 접근·제어·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훨씬 유연하고 확장성이 뛰어난 솔루션”이라고 부연했다.
LG CNS는 코히어의 노스를 커스터마이징해 기업 맞춤 에이전틱 AI 서비스를 구축하고 이를 온프레미스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한 코히어의 LLM을 파인튜닝(미세조정)해 한국어와 금융에 특화된 에이전트 모델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노스에 탑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LG CNS가 축적한 금융 분야 전문지식과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 사용됨으로써 한국 기업에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메즈 CEO는 “한국어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단순히 생성형 모델뿐만 아니라 코히어의 ‘커맨드(Command)’ 모델부터 검색(Search) 모델, 임베드(Embed) 모델까지 전부 포함된다”며 “또한 노스 플랫폼 내에서 기업들이 사용하는 다양한 도구들과의 연결 기능을 구축하고, 한국어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처리할지에 대해 전체 기술 스택을 맞춤형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LG CNS와의 파트너십에서 가장 먼저 집중할 분야는 금융 서비스로, 우선 해당 산업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이 분야에서 주요 성공사례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며 “금융 서비스 외에도 정부·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금융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진입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사의 협력관계는 단순 제휴 그 이상으로 전략적이다. 고메즈 CEO는 “LG CNS와의 파트너십은 훨씬 더 대규모로 확장될 수 있다”며 “AI 모델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구축하거나 대형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의 배포가 가능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즉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능이 아니라 웹 검색이나 내부 시스템 등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해 훨씬 복잡한 워크플로를 자동화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노스에 적용할 새로운 추론형 LLM도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고메즈 CEO는 밝혔다. 그는 “개발 중인 새로운 추론 모델의 내부 실험 결과를 보면 특히 에이전트 환경에서 성능이 크게 향상됐는데, 사람이 업무를 수행할 때처럼 에이전트가 실패를 분석해 전략을 조정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적응력(adaptability)을 구현한다”며 “이는 공개 출시 이전에 LG CNS에 우선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코히어는 현재 AI 기술이 단순 연구 프로젝트나 기술 개발 단계를 지나 실제 서비스 배포와 시장 공략 단계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자사의 기술을 전세계 시장에서 대폭 확장시키는 것을 다음 과제로 삼고 있다.
최근 오픈AI·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대규모 AI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코히어의 피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오히려 코히어가 B2C 서비스를 가진 타 LLM 개발 기업들과 달리 시작부터 B2B 시장만을 공략해왔기 때문에, 안정적인 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고메즈 CEO는 “우리는 오픈AI 등 다른 기업과 달리 완전히 다른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수십억달러를 소모하지 않고 훨씬 더 자본효율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독립적인 기업으로서 비즈니스 모델이 매우 건강한 상태이므로, 우리의 목표는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 상장(listing)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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