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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이탈"…카카오, 대변혁 시대로?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국내 포털기업 '카카오(Kakao)'를 만들고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그룹 CA협의체를 통해 경영 일선에 나섰던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13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공동의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은 김 센터장의 의장 사임으로 인한 경영상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CA협의체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만큼 사실상 계열·자회사 등 그룹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손을 뗀 것이나 마찬가지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카카오가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신성장 동력에 주력하는 만큼, 정신아 대표 체제에서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며 대대적인 개편에 착수할 가능성이 관측되는 모습이다.

◆"경영 복귀 2년 만에"…창업자, 그룹 의사결정 손 뗀다

김 센터장이 CA협의체 의장직을 사임한 배경엔 다소 복잡한 내외부 상황들이 얽혀 있다. 최근 검진을 통해 방광암 초기 판정을 받았을 만큼 김 센터장의 건강이 악화된 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당시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그룹 내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운 요소로 작용한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격화한 가운데 임시 그룹협의회를 개최했다. [ⓒ 카카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격화한 가운데 임시 그룹협의회를 개최했다. [ⓒ 카카오]


그룹의 비전 수립 및 미래 전략을 그리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센터장 직을 유지한다고는 하나, 당분간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만큼 일시적으로 경영에서 손을 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카카오가 2023년 11월부터 운영했던 '경영쇄신위원회'도 김 센터장의 CA협의체 의장 사임과 맞물려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22년 3월 카카오 이사회 의장직을 사임한 후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뗐다가 2023년 11월 복귀를 선언했던 김 센터장은 2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한번 퇴진하게 됐다.

2006년 '아이위랩'을 설립하고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합병으로 '다음카카오'를 출범시키며 10년 이상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이끌었던 김 센터장은 경영 복귀 2년 여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 및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등을 거치며 낮아진 시장 신뢰도를 회복하는데 주력했던 카카오는 현재 SM엔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돼 수사를 받고 있는 그룹 총수의 '오너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앞서 김 센터장은 2023년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동원해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등 관련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해 8월 구속된 바 있다. 김 센터장은 구속 100일 만인 지난해 10월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만큼 CA협의체 의장 사임 등을 통해 집중 치료 및 사법 리스크 해소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그룹 총수의 구속 우려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김 센터장의 이탈은 카카오 그룹의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지난 2023년 경영 복귀 당시 "모든 것을 재검토해 새롭게 설계해 나가겠다"며 "카카오라는 이름도 바꿀 수 있단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던 김 센터장의 의지는 현재 카카오를 이끄는 정신아 대표가 이어받게 됐다.

◆정신아호 변화 탄력받을까…인적·기술적 쇄신 앞당긴다

김 센터장이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사임함에 따라 카카오는 관련 조직 개편에 나섰다. 공동의장 체제였던 CA협의체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 의장 체제로 운영하는 한편 빠른 의사 결정 및 실행을 위해 경영쇄신위원회가 맡았던 과제들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전략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 ▲ESG위원회 ▲브랜드컴위원회 등이 이어받을 예정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AI '카나나'를 소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AI '카나나'를 소개하고 있다. [ⓒ 디지털데일리]


CA협의체 개편과 맞물려 정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도 인적·기술적 쇄신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창업자가 그룹 컨트롤타워 공동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정을 조율하거나 논의를 거친 과정이 생략될 수 있어 정 대표의 의중이 더 많이 반영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번 김 센터장의 CA협의체 이탈로 인한 기대효과는 아니지만 기존에 추진해온 쇄신 작업들이 시기상 맞물림에 따라 정 대표에 힘이 실리게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올해 '오픈AI'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카카오톡' 기반 서비스의 AI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AI 서비스와 개발을 각각 담당했던 '카나나엑스'와 '카나나알파'를 단일 조직 '카나나'로 통합하는 한편 최고제품책임자(CPO) 조직을 신설했다. 토스뱅크 대표를 역임했던 홍민택 CPO가 총괄하는 조직을 통해 카카오톡과 연계된 기술, 광고, 커머스, 디자인 등 핵심 사업 역량을 하나로 통합해 카카오 서비스 전 분야의 AI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날 카카오는 AI 서비스 '카나나'에 대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사전적정성 검토제'를 조건부로 통과해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개인정보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해 12월 사전적정성 검토를 신청했고 관련 결과를 전날 전체회의를 통해 의결했다. 브리핑에서 개인정보위원회는 "개인정보위와 카카오는 사전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대화방에서 알게 된 참여자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발설하지 않도록 기술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등의 조건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인적 쇄신 면에선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주는 부분이 가장 큰 변화로 꼽힌다. 카카오는 기존 이사회 소속이었던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이 이사회에서 물러나는 한편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사내이사로 내정된 상황이다. 오는 26일 진행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될 경우 이사회 구성도 바뀌게 된다.

이사회에 재무적 역량이 강화될 경우 보다 효율적인 사업 개편이 가능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간 매출 7조8738억원과 영업이익 491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4.2%와 6.6% 성장했지만 시장전망치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네이버가 같은 기간 매출 10조7377억원 및 영업이익 1조9793억원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격차가 큰 상황이다.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한 효율화 작업을 거쳐 기초체력을 키우는 한편 AI 기반의 신성장 동력을 통해 모멘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카카오톡 플랫폼 및 AI와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하다 판단한 사업은 비핵심으로 정의하고 효율화 작업을 속도감있게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속해서 수익성이 낮은 계열사를 정리해 온 카카오는 꾸준히 몸집 줄여가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준 147개였던 카카오의 계열사는 1년 만에 128개로 줄었다. 올 들어 지난달 기준으로는 116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정 대표가 비핵심 사업 효율화 작업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으로 운영되던 포털 '다음'이 분사를 결정함에 따라, 관련 전략이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콘텐츠CIC는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포털 다음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을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CIC의 사업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2%에 못 미치는 국내 포털 점유율과 AI 및 카카오톡 서비스와의 접점이 적은 사업적 특성이 다음을 분사하게 된 요인으로 보고 있다.

AI를 통한 성장 기회 발굴 및 사업 비효율성 정리 등을 통해 체질개선에 나선 카카오이지만, 여전히 주가 부양 등 산적한 숙제들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월 15일 종가 기준 6만1100원을 기록했던 카카오 주가는 등락을 반복하다 올 들어 4만원 선을 유지하는 등 1년 새 30% 이상 떨어졌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 주가는 4만3150원으로 전일 종가 대비 950원 하락했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비핵심 사업 정리와 AI 기반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CA협의체 및 이사회 구성 변화까지 단행함에 따라 빠른 시간 내 큰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취임한 정 대표가 올해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김 센터장이 사법 리스크로 인해 재판 및 구속 수감됐던 것을 감안하면 CA협의체 이탈로 인한 경영 공백은 체감상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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