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중국이 저비용 AI 모델 ‘딥시크-알원(DeepSeek-R1, 이하 R1)’을 필두로 미국과 AI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 시작한 가운데, 미국 주요 AI 기업도 각양각색 전략을 앞세워 패권 경쟁 열기를 더하고 있다. R1이 ‘비용효율’을 강조하며 마케팅에 나선 만큼 미국 진영 기업에서도 신규 모델을 선보이면서 ‘가격 대비 성능’ 키워드를 강조하고 나선 모습이다.
신규모델을 선보이는 것과 더불어 글로벌 AI 연맹 구축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번주 한국을 찾아 주요 기업 수장을 만나 회동을 가졌다. 딥시크 R1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안정성’을 파고드는 전략도 눈에 띈다. 앤스로픽은 최근 탈옥 방지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픈AI, 구글, 앤스로픽 등 미국 내 글로벌 AI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딥시크 R1 파장에 대응하기 위한 총공세를 시작했다. 양국이 AI 패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딥시크 존재를 의식한 듯한 이들 전략에도 시장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적은 개발비용과 운영비용” 유난히 강조하는 美기업들
오픈AI와 구글은 비슷한 딥시크 R1 파장이 본격화된 이후 연속적으로 신규 모델 출시 소식을 전했다. 먼저 오픈AI에서는 고급추론 모델 ‘o1(오원)’의 후속 모델인 ‘o3-mini(오쓰리-미니)’를 출시했다. o1 출시 당시 ‘o1-mini(오원-미니)’를 함께 선보인 것과 달리, 이번에는 o3 모델을 선보이기 전에 경량화 모델 o3-mini를 먼저 선보였다.
딥시크가 R1의 개발 비용이 557만달러(한화 약 80억원)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만큼, 개발 비용을 최소화하고 구동 비용효율을 높이는데 강점이 있는 o3-mini를 선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o3 뒤에 붙은 mini는 비용효율에 중점을 두고 있는 모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챗지피티-포오(Chat GPT-4o)’ 나 ‘o1’과 같은 대형언어모델(LLM)과 달리 o3-mini는 소형언어모델(sLM)로 분류된다. sLM은 모델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빠른 속도로 명령을 처리하는 특징 덕분에 모델을 구동하는데 소모되는 서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에서도 최근 주력 모델 ‘제미나이’의 저가형 모델 ‘제미나이 2.0 플래시-라이트(이하 플래시 라이트)’를 출시했다. 오픈AI의 mini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저비용 및 효율성에 집중한 모델이다. 플래시라이트가 기존 모델 ‘제미나이 1.5 플래시’보다 성능은 향상됐지만, 동일한 속도와 가격을 유지한다는 것이 구글 측 설명이다.
이 모델은 AI 비용 절감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됐다. 플래시라이트는 100만 토큰 기준 0.019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토큰이 의미하는 바는 모델마다 차이가 있으나, 통상적으로 1토큰은 4~5개 문자로 구성된다. 이는 국가별 언어, 맥락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장이 직접 연합 구축 행보…딥시크 ‘안전성 리스크’ 파고든 앤스로픽
미국 AI 기업들은 신규 모델 출시와 더불어 글로벌 지역 내 대(對)중국 전선 구축에도 신경쓰는 모습이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기업들 수장을 만나 회동을 가졌다. 대표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신아 카카오 대표 등을 만났다.
오픈AI는 딥시크 파장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 출범과 동시에 미국 내 AI 지원 정책 핵심 기업으로 지목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는 미국 정부 지원 아래 3사 합작사 ‘스타게이트’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5000억달러(한화 약 730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금을 조성해 의료 AI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핵심 기업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업계는 한국 내 오픈AI 지사 설립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산업은행과 오픈AI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앞서 오픈AI가 일본 지사 설립 계획을 공개하면서 일본어 특화 AI 모델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것을 감안하면,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 지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 한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내 오픈AI 본사와 직통으로 연락을 주고 받는 홍보 담당자가 국내 활동 중에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실어준다.
트럼프 대통령을 뒷배로 둔 오픈AI인 만큼, 딥시크 파장 직후 올트먼 CEO의 한국 방문은 여러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먼저, 중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오픈AI의 글로벌 진출 사업 가속을 위해서 아시아 주요 정보기술(IT) 강국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포섭하기 위함이다. 오픈AI의 한일 지역 내 영향력 확대는 곧 미국 정부의 아시아 지역 AI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우방국을 중심으로 중국 AI 생태계에 대항할 수 있는 연합 전선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앤스로픽에서는 딥시크 약점인 ‘안정성 리스크’를 파고 든 모습이다. 딥시크 파장 이후 R1 오픈소스 모델 연구가 이어지면서 R1 모델이 가지고 있는 취약점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롬프트 탈옥(제일브레이킹)’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 프롬프트 탈옥은 AI 모델에 유도 질문을 가해 불법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유도된 프롬프트(명령어)로 아동 성매매 등 불법적인 행위와 관련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보안기업 시스코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딥시크는 연구진이 실시한 탈옥 방어 실험에서 대부분 질문을 방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스코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딥시크 R1은 100% 공격 성공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같은 기준으로 실험했을 때 메타의 ‘라마-3.1-405B’는 96%, 오픈AI ‘GPT-4o’는 86%, 구글 ‘제미나이-1.5-프로’는 64%, 앤스로픽 ‘클로드-3.5-소넷’은 36% 성공률을 보였다는 것이 시스코 설명이다.
시스코 연구 보고서에서 가장 낮은 탈옥 성공률을 기록한 앤스로픽은 최근 유해 정보 차단 시스템인 ‘헌법적 분류기(Constitutional Classifier)’를 공개했다. AI 모델이 특정한 원칙이나 가치(윤리적 지침, 안전 기준 등)를 준수하도록 설계된 분류 시스템을 의미한다. 즉, 불법적인 답변 유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AI 모델 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이 시스템은 AI에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도록 만드는 등 행동 규칙을 생성한다. 인간 사회에 헌법이 있듯이, AI에게도 기본적인 행동 규칙을 심어주는 것이다. AI 모델에게 ‘좋은 응답’과 ‘나쁜 응답’ 데이터를 학습시켜 AI가 스스로 윤리적이고 안전한 답변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약 95% 이상의 탈옥 시도 질문을 방어할 수 있었다는 것이 앤스로픽이 공개한 논문 핵심이다.
앤스로픽 연구팀은 헌법적 분류기 개발 과정을 담은 논문을 공개하며 “3000시간 이상의 레드팀(AI 취약점 분석 그룹) 연구를 통해 보편적 탈옥 방식을 막는데 집중했다”며 “자동화된 탈옥 방지 평가에서도 헌법적 분류기는 강력한 방어력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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