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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혼돈의 AI 교과서, 출판사들 “정부, 신뢰보호 위반…법적 대응 불사”

13일 AI 교과서 출판 기업 관계자들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조희석 천재교과서 디지털사업본부장,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전윤택 에누마코리아 대표.
13일 AI 교과서 출판 기업 관계자들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조희석 천재교과서 디지털사업본부장,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전윤택 에누마코리아 대표.

[디지털데일리 오병훈기자] AI 디지털교과서(AIDT, 이하 AI 교과서) 도입을 두고 업계·정부·야당 간 갈등 골이 깊어지고 있다. 출판 기업들은 정부의 전면도입 정책을 믿고 2년 가까이 개발에 매진했으나, 야당과 정부 간 이견으로 당초 계획됐던 2025년 1학기 AI 교과서 전면 도입이 불투명해진 탓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단계적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 의견을 일부 수렴해 각 학교가 1년 동안 AI 교과서를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뒤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업계는 정부의 일관되지 않은 행보에 대해 행정·민사 소송은 물론, 헌법 소원까지 불사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야당 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가운데, AI 교과서 개발 및 출판을 맡은 기업들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와이비엠, 구름,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코리아 등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한 업계 입장을 밝혔다. 박 대표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육자료’로 격하시켜, 민관 신뢰를 바탕으로 2년에 걸쳐 진행해 온 일련 개발 과정이 모두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 처해 있다”며 “이는 결국 교사·학생·학부모를 비롯해 교육이라는 커다란 고리로 연결된 교육 주체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되고, 학교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AI 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가 교육자료로 규정되면, 각 시도 교육청의 입장이나 학교 예산, 기술적 인프라, 교사 선택에 따라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여부가 달라진다”며 “디지털 학습 자료를 사용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 교육적 격차, 즉 디지털 맞춤 학습 기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규정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법적 대응 방식 등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AI 교과서 출판 기업들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현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AI 교과서 출판 기업들이 ‘AI교과서의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 현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은 김형준 구름 이사, 신동희 와이비엠 교과서개발팀 부장, 천재교과서 박정과 대표, 이재상 상무, 조희석 디지털사업본부장 박지영 콘텐츠 총괄, 신인선 전무, 박찬용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대표, 전윤택 에누마코리아 대표와 일문일답.

Q. 정부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AI 교과서의 지위를 지키되, 1년 간 도입을 유예하며 교육 현장과 타협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도입하는 학교가 전국 기준 30~50% 수준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업계 입장은 무엇인가.

A. (이재상 상무) 정부에서는 1년간 학교가 AI 교과서를 자율 활용하도록 한 뒤 의무도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써 의무도입 담보나 보장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이나 이 법으로부터 위임받은 시행령을 보면 교과서를 정부가 언제 도입할지를 정할 수 있는 재량권 있는지 의문스럽다. 법은 교육부에 ‘검정’ ‘공급’ ‘발행’ ‘가격 사정’ 등에 대한 재량권만 유보하고 있고, 도입 시기를 정할 권리는 유보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정부는 처음부터 기업들에 AI 교과서가 전면 도입될 것이란 신뢰를 형성해 왔다. AI 교과서 선정 메뉴얼에서 ‘각 학교는 선택형 교과서와 별도로 AI 교과서 1종씩 선택할 것’이라 명시했다. 이를 어길 경우 기업들은 고정 비용 보전하지 못해 AI 교과서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 (박찬용 대표) AI 교과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바탕으로 집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 있다. 현재 교육부 의도대로 AI 교과서를 자율 선택 후 활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사는 지역에 따라 AI 교과서 접근 기회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AI 교과서가 지향하는 교육 형평성 제고 취지와 어긋나게 된다.

Q. 헌법소원 및 행정·민사 소송 시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가.

A. (이재상 상무)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정부 거부권 행사 이후 국회에서 재의결이 통과되면, 헌법소원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교육부가 지금처럼 1년 도입 유예, 1년 자율 활용 처분을 할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추가로, 정부 정책으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을 검토하겠다.

Q. AI 교과서 개발에 각사가 2년 정도 시간을 투자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A. (박지영 콘텐츠 총괄) AI 교과서는 까다로운 내용·기술심사에 더해, 교육부가 추가로 제시한 가이드 라인까지 따라야 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사 직원들이 교육부 가이드라인 한줄 한줄을 직접 분석하면서 수십차례 기획서를 수정했고, 기획 단계부터는 전문가들이 투입돼 AI 교과서를 만들게 됐다. 2년이란 시간은 촉박한 시간이었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총 동원해 개발을 진행했다. 그렇게 힘들게 교과서 검정을 통과했는데, 이제 와서 ‘교육 자료로 격하’, ‘1년 유예 및 자율 선택 도입’ 등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교과서를 개발자로서 자괴감이 든다.

A. (박찬용 대표) 일반 교과서와 달리 AI 교과서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중’ 단계 수준 보안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부 가이드라인 지시가 있었다. 보안 기준을 맞춰서 개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 와서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 된다고 하면, 개인정보나 학습 데이터를 관리할 명분이 없어진다. 또, 시각·청각장애인 학생을 위한 학습 수단을 개발해야 할 의무도 없어지면서, 교육적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다.

Q. 업계가 희망하는대로 정부가 당장 3월부터 AI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하면, 구독료 문제부터 해결돼야 할 텐데, 현재 협상은 어느 정도 진척됐으며, 양측 희망 가격 차이는 얼마나 되는가.

A. (박정과 대표) 교육부와 가격협상은 3차까지 진행한 바 있으며, AI 교과서 지위가 위태로워지면서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AI 교과서 지위가 확보되면,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A. (이재상 상무) 구독료 문제에서도 교과서 지위냐 아니냐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다. 교과서 경우 기업이 가격적 측면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의 보상금 처리를 통해 보전이 가능하지만, 교육자료가 될 경우엔 교육부와 기업이 개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AI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발행 자체 비용도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 정확한 가격 관련해서는 비밀유지 원칙 등이 적용돼 상세히 말할 수 없다. 다만, 발행사 희망 가격하고, 교육부 제시 금액을 봤는데 제법 차이가 있다는 점은 말해 줄 수 있겠다. 양측이 양보하면서 협상하면서 조정하는 중에 있기 때문에 협상이 진행된다면, 절충안을 잘 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Q. 2년이란 시간이 촉박했을텐데, 교육부 측에 시간적 여유를 달라는 의사 표현을 한 적 있나.

A. (박정과 대표) 당초 교육부가 제시한 심사 제출 마감 기한은 지난해 6월이었는데, 자체적으로 개발 기간을 산정했을 때, 6월 중 완성은 어렵다 판단했고, 이를 교육부에 전달해 같은해 8월 말로 연장한 바 있다.

Q. 문해력 저하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많다. 이에 대한 출판사들 생각은 어떤가.

A. (신인순 전무)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AI 교과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수준별 맞춤 학습이 이뤄져야 하는데, 학교 현장에서는 물리적 한계 등으로 획일화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AI 교과서를 통해 학생 1:1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고, 여기에 더해 교사 주도 수업이 이뤄질 때 문해력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 또, 디지털 트렌드에 부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위해서도 AI 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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