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라인야후 매각 이슈는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는 상황이다. 정부 무관심과 방치로 2500여명 대한민국 국민이 고용 불안에 떨고, 애써 만든 서비스와 기술이 통째로 빼앗길지 모른다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 관심과 지원, 현명한 네이버 경영진 판단이 절실하다.”
25일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라인 외교 참사의 나비효과’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작년 11월 글로벌 메신저 라인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보안 사고 이후, 라인 운영사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라 ‘네이버 지우기’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이미 이사진 전원을 일본인으로 교체했고, 네이버와의 시스템 분리도 애초 계획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나아가 거의 모든 일본 서비스 사업 영역에서 네이버와 위탁 관계도 종료할 것을 예고했다. 네이버는 소프트뱅크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물밑 협의 중이다. 양사는 라인야후 지주사(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다.
오세윤 지회장은 A홀딩스의 대표이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 책임자(GIO)를 향해 “당장 정치적 압박과 눈앞의 경영적 손실만을 따져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결정하게 된다면 서비스뿐 아니라 사람들 열정과 네이버 미래를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라인야후가 라인플러스(라인야후 한국법인)에 갖는 기술 의존도가 절대적인 만큼, 향후 완전한 기술 이전을 위해 라인플러스를 순수 일본 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는 업계 전망도 나왔다. NHN(現 네이버) 경영진 출신인 윤대균 아주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라인야후 지분 구조에서 누가 기술력 주도권을 가졌는지에 주목했다.
윤대균 교수는 “서비스 플랫폼 회사는 자사 기술력을 공식 기술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달 기준 라인야후 공식 기술 블로그에 올라온 문서는 100% 한국 기술진이 작성한 것으로 이들 중 대부분이 라인플러스 소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내 시스템인 라인웍스 등 회사 운영을 위한 주요 인프라를 네이버클라우드에 의존 중인 라인야후를 소프트뱅크가 독자 운영하는 건 상당 기간 불가능하며, 설사 소프트뱅크가 기술 자립을 해도 라인 서비스 자체가 부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라인야후가 라인플러스 핵심 기술 인력을 본사로 배치해 중장기적으로 기술을 탈취할 가능성을 제외할 수 없고, 라인플러스가 개척한 동남아 시장도 소프트뱅크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윤 교수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한일 투자협정에 따라 정부 주도로 양국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한일 투자협정은 양국 투자자가 상대국에 투자를 하는 단계부터 내국민 대우(자국투자자와 동등한 대우)를 부여하도록 규정한 것이 골자다.
전수진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미국 변호사는 “한국과 일본 정부는 한일투자협정의 사전협의 규정에 따라 정부가 먼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나 ISDS(투자자-국가 분쟁 해결 제도)에 앞서 신속 대응할 수 있다”며 “이는 합법적 절차일 뿐만 아니라, 해외에 진출한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기술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외교적 대응”이라고 전했다.
해외 언론을 활용하는 등 라인야후 사태를 촉발한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 움직임을 대외적으로 더 알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대외 여건을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라며 “(라인 사태를) 일본 직접 투자 해외 기업들에 알리려면 국회 차원 전담 조직을 만들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라인야후가 오는 7월1일 일본 총무성에 더 구체적인 보안 대책 강화 방안을 담은 2차 행정지도 보고서를 제출하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라는 이유로 사태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민 의원(조국혁신당)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7월1일 제출할 보고서에는 (네이버) 지분매각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매각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고 노동자들 고용 불안 상황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금 정부가 할 일은 7월1일 이전 해당 항목에 대한 삭제를 일본 총무성에 요구하고, 우리 정부에 대한 사과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최 측은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 이번 토론회 참석을 요청했지만, 최수연 대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전날 불참 의사를 전했다. 최 대표는 이날 오후 진행된 라인사태 현안질의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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