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넥슨이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모바일(이하 던파모)’이 현지 내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매출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모처럼 국산 게임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을 앞둔 후발 주자들을 향한 기대감도 무르익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던파모는 지난달 21일 중국 출시 직후 시장을 사실상 평정했다. 센서타워 인텔리전스 집계에 의하면 던파모는 이달 1일까지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누적 다운로드 수 440만건, 매출 1억1600만 달러(한화 약 1600억원)를 기록했다.
또 시장 조사 기관 니코 파트너스에 따르면 던파모는 중국 출시 첫 주에만 1억4000만 달러(약 19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던파모는 현재도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로 순항 중이다. 중국 국민게임 ‘왕자영요’와 ‘배틀그라운드모바일’ 중국 버전 ‘화평정영’도 던파모 앞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던파모는 전 세계 8억5000만명, 누적 매출 30조에 달하는 넥슨의 대표 스테디셀러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기반의 모바일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이다.
던파모는 2020년 중국 시장에 출시될 계획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인해 서비스가 돌연 취소된 바 있다. 이후 올초 판호(허가증)를 재발급 받아 재차 중국 시장 문을 두드렸다.
과거 중국 시장을 호령했던 국산 게임은 한한령으로 인해 판호 발급이 오랜 기간 막힌 데다, 중국 게임사 경쟁력까지 높아지면서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애를 먹어왔다.
중국 내 IP(지식재산) 인지도가 높은 던파모 역시 한국에서 출시된지 2년이 지난 게임이라 흥행 여부를 놓고는 당초 시선이 엇갈렸다. 중국산 대작 오픈월드 모바일 게임 ‘명조: 웨더링웨이브’와 출시 시점이 겹친 점도 우려를 키웠다.
그러나 던파모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울리면서, 후발주자들을 향한 기대감도 움트고 있다. 현재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 판호를 발급 받은 국내 게임사들은 연내 자사 주요 작품을 중국 시장에 출시할 준비에 한창이다.
엔씨는 작년 12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블레이드앤소울2(이하 블소2)’의 판호를 발급 받고 현지화 작업에 몰두 중이다. 2021년 출시된 게임이지만, 자동 사냥을 제거하고 수익모델(BM)을 수정하는 등 게임성을 전면에서 손보며 만반의 채비를 하고 있다.
블소2는 중국 이용자에 친숙한 동양풍 그래픽에 무공 등 요소를 접목한 게임이라 흥행 기대감이 높다. 전작 ‘블레이드앤소울’이 중국 시장에서 흥행한 바 있어 IP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 4월 사전예약 시작 후 참가자 100만명 이상을 기록하는 등 현지 반응도 뜨겁다.
위메이드는 대표 IP ‘미르’를 기반한 ‘미르M’을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현지 서비스명 ‘모광쌍용’으로 미르M 판호를 발급받았다. 지난달 24일에는 중국 퍼블리셔인 더나인과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출시 작업을 본격화했다.
미르M은 위메이드가 중국 내 국민 IP급 위상을 누린 ‘미르의전설2’를 기반으로 제작돼 기대가 크다. 미르의전설2는 국산 온라인 게임 중 처음으로 중국 내 동시접속자 35만명을 기록하고, 2005년엔 세계 최초로 동시접속자 80만명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지난 5일 PC MMORPG ‘검은사막’의 중국 판호를 발급받은 펄어비스도 중국 최대 퍼블리셔 텐센트와 함께 서비스 준비에 돌입했다. 검은사막은 지난 2015년 정식 출시된 이래 전 세계에서 12개 언어로 5000만 명의 이용자들이 즐긴 흥행작이다.
펄어비스는 앞서 중국에 선보인 ‘검은사막모바일’에서 얻은 지표 등을 토대로 검은사막 중국 흥행에 만전을 기한다는 각오다. 펄어비스 허진영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검은사막모바일 서비스 경험을 교훈 삼아 더욱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26일 한국과 중국이 FTA(자유무역협정) 후속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면서 향후 더 많은 한국 게임이 중국 시장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더디게 이뤄지는 동안 중국산 게임은 별다른 규제 없이 한국 게임 시장에 출시돼 불공정 논란이 가중됐는데, FTA 2단계 협상이 타결돼 수출길이 보다 열리면 한국 게임의 반격도 비로소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시장 성과에 따라 게임사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중국은 강도 높은 현지 규제로 리스크 있는 시장으로 꼽히지만, 규모는 세계 2위로 ‘기회의 땅’으로도 여겨진다. 준수한 흥행 성과를 거두기만 해도 최근 둔화한 실적 성장세에 동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업계는 던파모바일 흥행에 힘입어 넥슨의 2분기 매출도 급등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앞서 넥슨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 중국 매출이 269억엔에서 346억엔(2344억원에서 3015억원) 사이라는 전망치를 내놨다. 전년 동기 대비 48%~90%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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