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엔비디아에 이어 미국 거대 AI칩 기업 AMD까지 대만에 대규모 AI(인공지능) R&D 센터를 설립을 추진, 한국은 패싱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한국에는 삼성전자라는 세계 2위 파운드리(위탁생산) 환경이 조성돼 있음에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합동해 매력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대만에 아시아 최초의 AI R&D센터를 설립을 비롯해 최대 AI 슈퍼컴퓨터 '타이페이-1'를 만들었다. 타이페이-1은 자사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512개로 구성, 슈퍼컴퓨터로 용량 4분의 1은 대만의 스타트업·연구소에 무료로 제공된다. 대만 경제부는 "R&D 센터 공정은 40% 진행됐고, 슈퍼컴퓨터는 지난해 말 설치 완료됐다"라고 밝혔다.
이에 이어 AMD도 대만 현지에 R&D 센터 투자를 추진한다. AMD는 대만에 50억 대만달러(약 1억5500만 달러)를 투자해 R&D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며, 엔비디아가 받았던 경제부의 A+ 산업 혁신 R&D 프로그램 보조금을 신청할 예정이다.
대만 경제부에 따르면 앞서 AMD는 지난해 말 'A+ 산업 혁신 R&D 프로그램' 보조금을 신청한 바 있다. 'A+ 산업 혁신 R&D 프로그램'은 자국 내 글로벌 기업 투자 유치를 유지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주요 A+ 프로젝트는 마이크론과 엔비디아 등 2개 글로벌 기업에만 각각 47억 2200만 대만달러(약 1억 4648만 달러), 67억 대만달러(약 2억 780만 달러)의 보조금을 승인했다.
다만 기금이 모두 소진, AMD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예산을 추가 배정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추가 예산 배정을 위해 대만 경제부는 AMD에 ▲ 대만 IC 설계 기업들 협력 ▲ 개발된 AI 서버 대만 제조 ▲ R&D 인력 20%는 해외에서 조달, 고위 경영진 상주 등의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대만 경제부는 "AMD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으며 하반기에 신청서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있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에 이어 AMD까지 대만에 진출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파운드리 기업 TSMC와의 사업 연계를 고려해서다. 엔비디아와 AMD는 모두 TSMC의 주요 고객사다. 대만에 R&D 센터를 설립하면 TSMC와의 기술 협력과 생산 공정 연계가 용이해진다. 이는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생산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 된다.
주목되는 점은 우리나라에도 세계 2위 파운드리 '삼성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외면받는 것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산업계에서 중요한 파트너 이긴 하나,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낮은 조세 경쟁력과 과도한 규제, 부족한 인센티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AMD의 대만 투자 결정은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환경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함을 시사한다"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협력 조세 혜택, 규제 완화, 그리고 강력한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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