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엔비디아가 오랫동안 지배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대체품 등장을 채택, 탈(脫)엔비디아에 나서거나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설계에 나서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번 주 예정된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Build) 컨퍼런스에서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시스템 운영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현재 사용 중인 엔비디아 칩 사용을 중단을 발표, 대체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애저 대체재는 AMD의 MI300X AI 가속기다. MI300X는 지난해 12월 AMD가 출시한 차세대 AI 가속기로 이전 MI250X보다 약 40% 더욱 많은 컴퓨팅 유닛을 제공한다. AMD 측은 MI300X GPU가 엔비디아 H100 칩 속도를 능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콧 거스리(Scott Guthrie) MS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담당 부사장은 MI300X를 두고 "애저, 오픈AI를 위한 가장 비용 효율적인 AI 가속기"라고 설명했다.
MS는 MI300X를 사용하는 것 외에도 '마이아 100'이라는 자체 AI 칩도 개발했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이칩은 105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갖춘 제품이다. 5나노미터(nm) 공정으로 만들어진 제품으로, 애저 AI 인프라에 최적화되도록 실리콘,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랙, 냉각 기능 전반을 혁신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H100보다 트랜지스터 등이 다소 떨어져 내부 시스템용도로만 사용, 일반 서비스로 제공하지 않았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AI 반도체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마하-1' 칩을 개발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주된 이유는 AI 추론에 특화된 반도체를 통해 AI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아직 마하1이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성능을 낼 지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GPU라는 특성상 AI 추론에 있어 전력 소모가 큰 H100, MI300X 등 보다 AI 추론 맞춤형 칩이 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를 위해 최근 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 아래 'AI SOC(시스템온칩)' 팀을 구성했다. 이번 전담팀 출범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마하-1을 네이버 추론용 서버에 공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경 사장은 지난 3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부 고객들은 1테라 파라미터 이상의 큰 애플리케이션에 마하를 쓰고 싶어 한다. 생각보다 더 빠르게 마하2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생겼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지금 AI 반도체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에 대항할 만한 제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라며 "MS가 AMD MI300X를 채택한다는 것은 시장 지각 변동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 향후 삼성전자 등의 AI 칩도 등장이 예상되는 만큼, 더욱 선택지가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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