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경쟁과 국지적 충돌로 인해 글로벌 정세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산업군 역시 그 경쟁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미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반도체를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공급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난제로 꼽힌다. 또한 AI를 시작으로 소부장 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사까지 신규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19주년을 맞이해 산업군을 뒤바꾸는 주요 요소들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변화 양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국내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삼성⋅LG디스플레이)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심으로 재편될 시장을 예견, 발 빠르게 대응하며 OLED 중심으로 고공 성장을 이뤘다. 이에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는 국내 기업, LCD(액정표시장치)는 중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편성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OLED까지 사업을 확장하려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지방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어, 또 한 번의 시장 지각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DC 이어 LGD도 OLED 성과…시장 점령한 K-디스플레이
24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최근 OLED 성장세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2020년 가장 먼저 LCD 시장 철수를 선언, 매각한 LCD 공장 대금을 OLED에 재투자한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를 중심의 실적 성과를 낸 지 오래다. 기술 경쟁력으로 OLED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위라는 성과를 이뤄낸 것.
시장조사업체 DSCC(Display Supply Chain Consultant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시장 점유율은 37%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기업 BOE(15%), 국내 LG디스플레이(13%)를 합쳐도 이기지 못하는 수치다.
압도적 시장 점유율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IT(정보기술) 시장이 악화, 디스플레이 패널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와중에도 OLED 중심으로 매출 성장을 이뤘다. 구체적으로 ▲2022년 5조 9500억원 ▲2023년 5조 5700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기간 BOE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등은 영업이익이 축소되거나 적자를 기록했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LCD 철수가 상대적으로 늦었던 LG디스플레이도 OLED 중심의 성과를 조금씩 가시화하고 있다. 7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냈던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317억원을 달성,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 전통적인 전통적 비수기 영향으로 영업손실 4694억원을 기록, 다시 적자로 전환했지만, 애플 향 OLED 매출 확대로 하반기 다시 실적 성장세를 이룰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목되는 점은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OLED 시장이 과거 LCD와같이 또 한 번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디스플레이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며 OLED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BOE의 경우, 지난해 11월 쓰촨성 청두에 630억위안(약 11조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같은 해 4월 8.6세대 OLED 생산 설비에 4조1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의 3배 수준의 금액이다.
BOE 8.6세대 OLED 투자…뒷배는 중국 정부
이 같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수 있었는 데엔 중국 정부의 지원 역할이 주효했다. 이번 투자금 11조원 가운데 BOE는 199억9940만위안(약 3조5000억원)만 자기자본을 투자하고, 청두시 투자플랫폼이 180억위안(약 3조1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그 외의 금액은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중국의 다른 지방 정부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광둥성 선전시는 지난해 말 '초고화질 디스플레이 산업 육성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 OLED 중심의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 규모를 결정, 보조금 지원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디스플레이 기업이 선전시 내 대규모 양산을 추진할 시, 선전시 정부가 고정자산 투자액의 20%, 최고 5000만위안(약 92억원) 한도에서 지원한다. 또 첨단 디스플레이 연구·개발(R&D) 시 최대 1000만위안(약 18억5000만원) 한도에서 투입액의 최대 10% 지원 등 파격 지원을 담고 있다.
광둥성 포산시도 지난해 말 디스플레이 장비 및 관련 기업에 최대 1억위안(약 184억원) 지원을 제시했으며, 허베이성도 디스플레이 기업에 최대 500만위안(9억4480만원)을 지원하는 혜택을 제시했다.
업계 안팎에선 OLED 시장도 LCD와 같은 전처를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업계 한 관계자는 "BOE가 8.6세대 OLED 투자를 LG디스플레이보다 먼저 단행할 수 있었던 것도 중국 정부의 예산 지원 때문이었다"라며 "LCD 시장도 중국 기업이 지배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의 보조금이 있었던 만큼, OLED도 안심할 수는 없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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