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쿠팡이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하고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는 실적을 내놨다.
쿠팡의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22년 2분기 당기순손실(952억원)을 기록한 이후 7분기 만이어서 더욱 눈길이 쏠리고 있다. 영업이익 역시 지난 2022년 3분기 첫 영업흑자 달성 이후 전년 동기와 비교해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였지만, 이번에 전년 동기와 비교해 절반 이상 하락했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 겸 창업자는 8일(한국시각) 2024년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아쉬운 성적표에 대해 “(이번 1분기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진입장벽이 낮고, 소비자들이 클릭 하나만으로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하길 주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올해 상품과 고객 투자를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산 제조사 상품의 구매와 판매 규모를 지난해 17조원(130억달러)에서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리고,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에 지난해(4조원·30억달러)보다 늘어난 약 5조5000억원(4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C커머스 진출에 고객도 뺏겨”…쿠팡 ‘메이드인코리아’ 직매입에 몰두, 22조원 들인다=쿠팡Inc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전년(7조3990억원·58억53만달러)와 비교해 28% 늘어난 9조4505억원(71억1400만달러)를 내며 처음으로 분기 매출 9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 인수한 파페치 매출(3825억원·2억8800만달러)이 반영된 것으로, 파페치를 제외한 쿠팡 매출은 9조680억원(전년 대비 23%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쿠팡은 지난 2022년 2분기 당기순손실(952억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순이익을 내다 이번에 7분기 만에 2400만달러 손실을 냈다. 영업이익도 531억원(4000만달러)을 내며 전년 동기(1362억원)과 비교해 61% 감소했다.
김 의장은 “중국 C커머스 진출을 보면 한국 유통시장의 진입장벽이 매우 낮으며, 소비자들이 몇 초 만에 다른 쇼핑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며 “한국에서 쿠팡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5600억달러(약 761조원) 규모의 거대하고 세분화된 커머스 시장에서 우리 점유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라고 짚었다.
이어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유통시장의 진입 장벽이 낮으며,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며 “고객은 구매할 때마다 새롭게 선택을 하고, 더 좋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소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기에, 쿠팡은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커머스 진출로 유통시장에서 소비자 ‘락인’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고객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물류 투자를 통한 무료배송 확대 ▲ 한국에서 만든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확대 ▲와우 멤버십 혜택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점찍었다. 앞서 지난 4월,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 광주 등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물류투자가 한국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의 로켓배송 상품의 서비스 향상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2023년 17조원(130억달러) 규모의 한국산 제조사 제품의 구매와 판매 금액을 올해 22조원(160억달러)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객에 대한 혜택도 강화된다. 그는 무료 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등에 4조원(30억달러)의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 지난해보다 투자를 확대, 올해 5조5000억원(40억달러)을 투자할 계획이다.
◆로켓프레시 판매 수량 70% 증가…로켓그로스 판매자도 90일 이내 매출 2배로 훌쩍↑=김 의장은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무료 새벽배송)과 로켓그로스 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로켓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한편, 중소 제조사들에겐 로켓배송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기회를 제공해 유의미한 지원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또 로켓그로스(FLC·판매자 로켓) 관련, 그는 “새벽, 당일 또는 익일배송의 편리함과 함께 고객이 이용하는 상품군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며 “이번 분기 로켓그로스 판매 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0%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인프라와 기술 투자 없이도 빠르고 무료인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천명의 판매자에게 중요 지원이 되고 있다”며 “로켓그로스 판매자의 80% 이상은 로켓그로스를 시작한 이후, 90일 이내에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product commerce) 사업의 매출은 1분기에 원화 기준 20% 성장했으며, 1분기 국내 전체 소매시장 성장률(2%)보다 몇 배 이상 성장세가 높다고 말했다. 프로덕트 커머스의 활성고객당 매출(원화 기준)은 41만8460원(315달러)으로, 전년 대비 3% 늘어났다.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고객은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2150만명을 기록했다.
◆대만으로 2만1000개 한국 공급업체 수출 지원…쿠팡이츠·파페치 등 성장사업 가속화=올해 편입을 마친 명품 플랫폼 파페치와 관련해 김 의장은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에비타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분기에 1월 말 인수를 완료한 파페치 사업이 실적에 포함된 1분기 매출은 3825억원으로, 파페치로 인한 손실(1억1300만달러·1501억원,세금제외), 조정 에비타 손실(3100만달러·411억원) 등이 발생했다.
쿠팡이츠, 대만, 사업, 파페치 등을 포함한 성장사업(developing offering) 매출은 6억2000만달러(8236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1억4200만달러)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조정 에비타(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억8600만달러(2470억원)으로, 전년 동기(4745만달러 손실)와 비교해 4배가 확대됐다. 이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성장사업에 대한 투자가 가속화된 것에 더해, 파페치 통합으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거랍 아난드 CFO는 파페치가 성장 사업에 편입되면서 성장 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올해 7억5000만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시작한 지난 3월 전년 대비 고객과 주문 수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대만에서는 지난해 기준 2만1000개 이상의 한국 공급업체가 대만 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의장은 “2024년은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제조업과 중소기업 파트너들에게 필수적인 지원을 확대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상품과 가격, 서비스 전반에 걸쳐 고객에게 새로운 ‘와우’의 순간을 선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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