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행정부로부터 받는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이 60억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당초 발표한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 설립 외 추가 투자를 약속하면서 인센티브 규모가 늘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테일러 공장의 정상 가동과 TSMC-인텔과의 파운드리 경쟁에서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같은 소식이 몇 주 안에 발표될 수 있다는 언급도 남겼다.
미국은 지난 2022년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해 자국 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촉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보조금 지원 규모가 나온 것도 이번 법안에 근거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지원법이 제정된 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약 22조4230억원)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바 있다.
60억달러의 보조금은 당초 예상했던 20~30억달러 규모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대만 TSMC가 애리조나 공장 투자로 받는 금액인 50억달러를 넘으며, 보조금과 대출을 포함해 100억달러를 받는 인텔 다음으로 큰 규모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가 상당한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을 함께 제출하면서 이같은 성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보조금 신청을 제출하면서 공장을 추가로 1~2개 가량 더 짓기로 결정하면서 보조금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추가 투자할 공장의 용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파운드리 혹은 메모리·첨단 패키징 공장이 될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확대된 보조금 규모에는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패키징 역량을 종합적으로 갖춘 삼성전자의 역량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자국 내 칩 생산을 촉진하려면 삼성전자가 주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해석이다. 대만 TSMC가 중국과 인접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파운드리 내 시장 영향력이 매우 큰 점도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미국 행정부와의 보조금 협상 당시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해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던 협상이 길어지고, 인텔을 향한 보조금 지급 금액이 커지면서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높은 자재비와 인건비 등도 공장 준공의 걸림돌로 꼽혔다. 만약 이번 보조금이 예상대로 60억달러 이상이 지급될 것으로 확정된다면 미국 내 경쟁을 위한 발판을 다질 수 있게 된다. 파운드리 부문에서 TSMC·인텔과의 경쟁이 심화된 탓에 고객 수를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쟁점인데, 미국이 퀄컴·AMD·엔비디아를 비롯한 팹리스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메타 등 빅테크의 본사가 있어 고객 확보에 유리하다.
메모리반도체 및 패키징 측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크게 올라간 점이 미국 투자의 매력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HBM 수요를 맞추려면 생산능력 확보가 동반돼야 하는데, 실리콘관통전극(TSV)·3D 패키징 공정이 가능한 삼성전자가 풀 턴키(Turn-key) 대응을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텍사스 주정부와의 세금감면을 위한 협상 당시 2034년부터 10년 동안 반도체 공장을 짓고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담은 바 있다. 이 계획은 잠재적인 투자 가능성을 담은 내용이지만, 보조금 지원을 비롯해 고객 수주 등 우호적 환경 조성 여부에 따라 실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라인이 지어지는 테일러시 공장 인근에 10개 가량 공장을 구축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협상이 막바지를 향해가면서 반도체 칩 메이커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발표하는 만큼, 이에 해당하는 고객 수주도 확보해야만 해서다. 삼성전자는 현재 짓고 있는 테일러시 공장을 연내 완공하고 연말씀 양산에 돌입한다. 4나노미터(㎚) 공정 라인이 지어질 것이 유력하며, 고객사는 미국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그로크 등이 될 전망이다.
대만 TSMC는 이미 400달러를 투입해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 2개를 짓고 있다. 완공 시점은 숙련된 현지 인력 부족과 보조금 지연으로 늦춰졌으나, 예상 고객사로는 애플, 엔비디아를 확보했다. 인텔은 애리조나, 뉴멕시코, 오레곤 등에 공장을 짓고 있다. 100억달러에 가까운 보조금 및 대출금 등 미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이 예상되고 있어, 3개사 간 미국 내 수주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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