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진입을 노리는 인텔의 공세가 매섭다. 공격적인 공정 로드맵 실행하는 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자금력까지 확보하고 있어서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퀄컴 등 거대 팹리스가 전부 미국 기업인 점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TSMC를 추격하던 삼성전자는 쫓아오는 인텔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양산 경험과 공정 경쟁력에서는 먼저 파운드리를 시작한 삼성전자가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지만, 인텔의 공격적 전략과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전략을 재점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지에서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파운드리 공정 로드맵의 청사진을 내놨다. 선폭 2나노미터(㎚)급 공정인 20A(옹스트롬)과 18A(1.8㎚) 를 올해 안에 도입하는 한편, 오는 2027년 14A(1.4㎚) 공정 진입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2030년 전세계 파운드리 2위를 노리겠다는 목표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독주하는 구도다. 압도적인 후방 생태계 인프라와 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57.9%(트렌드포스 집계)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첨단 공정 영역으로 좁히더라도 2위 기업인 삼성 파운드리 대비 우위에 서 있다는게 주된 평가다.
2021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 인텔은 불안한 후발주자로 분류됐다. x86 기반 칩 설계 부문에서는 압도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었으나, 생산 부문에서는 잇따른 10나노미터(㎚)급 공정 진입 실패를 겪었던 탓이다. 당시 업계에서도 '인텔의 로드맵은 실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즐비했다.
최근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보다 늘어난 모양새다. 내부 공정인 인텔7(10㎚급) 진입에 성공한 이래 4~7㎚급인 인텔4 공정 기반 칩을 생산했으며, 파운드리 분야의 인텔3(3㎚) 공정 전환도 진행되고 있어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행사에서 "우리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불신을 뒤엎고 있다"며 자신감을 표한 이유다.
미국 정부의 인텔을 향한 지원 의지도 분명하다. 2022년 시행된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칩스법)을 기반으로 자국 내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계획도 세웠다. 미 정부는 최근 인텔에게 100억달러 이상의 보조금 지급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인텔에게 추격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양산 경험은 삼성전자가 한수 위로 평가 받으나, 미국의 노골적인 자국 기업 지원이 현실화된다면 위기가 찾아올 수밖에 없다. 인텔과 달리 삼성전자를 향한 보조금 지원 소식은 들리지 않는 점도 불안을 키우고 있다.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삼성 파운드리의 매출 구조다. 삼성 파운드리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오는 내부물량을 제외하면 구글·퀄컴 등 글로벌 팹리스에 크게 의존하는 역피라미드형 매출 구조를 띠고 있다. 중소 규모 팹리스와 성숙 공정 기반 매출이 탄탄한 TSMC 대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인텔은 삼성과 '닮은 꼴'이다. 종합반도체기업(IDM)에서 출발한 파운드리인 만큼, 유사한 매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는 곧 같은 고객사를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초 글로벌 팹리스 수주를 TSMC가 1순위, 삼성 파운드리가 2순위로 받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텔 진입에 따른 타격은 삼성에게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주요 고객사인 빅테크가 대부분 미국 기업이란 점도 부담이다. 인텔이 자신의 안방인 미국에서 경쟁하는 만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쉬울 수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차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의 SAFE IP 파트너는 대략 50개사로 인텔(10개사 내외)보다 많다. 다만 인텔은 보다 공격적으로 IP 파트너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의 IP 보유 현황이 TSMC 대비(100개사 이상) 현저히 적다는 걸 고려해보면, 이같은 인프라 투자가 파운드리 2위를 결정지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인텔이 모두 IP 포트폴리오가 부족한 상황이나 인텔은 투자금을 주면서 공격적으로 포팅(Porting)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그런 시도가 없는 편"이라며 "이렇게 계속 간다면 인텔이 IP 확보에서 앞서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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