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에 미국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고객으로 둔 자국 클라우드 기업들에 규제를 두기로 하면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한 행사에서 “미국 클라우드 기업들이 AI 모델 학습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의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정책 연장선이다. 미국은 현재 중국이 AI 개발에 필요한 첨단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자국 기업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데, 중국이 미국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AI 개발에 필요한 연산력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응하는 것이다. 가령 중국 기업들은 지금 엔비디아의 첨단 AI반도체인 ‘A100’을 수입할 수 없지만, 클라우드컴퓨팅을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A100을 이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러몬도 장관은 “우리는 비정부 단체나 중국이나, 우리가 원하지 않는 이들이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우리의 클라우드를 사용하도록 둘 수 없다”며 “우리가 수출을 통제하고 있는 반도체가 미국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있기 때문에 그 경로를 통해 악의적 활동이 일어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이르면 다음주에 관련 규정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글로벌 3대 CSP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클라우드 등 모두 미국 기업들이다. 이같은 대중 수출통제 여파가 이들 기업과 클라우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정부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매출 타격 가능성에 대해 “국가안보를 보호하는 게 단기매출보다 중요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글로벌 1위 AI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런 규제를 피해 중국용 AI반도체 칩 출시를 준비하려 하기도 했지만, 미국 정부는 “중국을 위한 특정 성능의 반도체 칩을 재설계하면 바로 다음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디지털서비스 이슈리포트 ‘2022년 중국의 클라우드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클라우드 산업은 중국의 클라우드 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음에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형성한 시장으로 지목됐다. 중국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작년 320억달러(약 42조8100억원)에서 2025년 900억달러(약 120조4200억원)로 4년간 3배 가까이 클 전망이다.
AWS와 MS, 구글은 아직 중국 클라우드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수 년간 계속된 미중 갈등과 중국의 강력한 IT기업 규제로 중국 내 현지 기업들의 장악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중국 현지에서 클라우드 시장점유율 80%를 알리바바클라우드, 화웨이클라우드, 텐센트클라우드, 바이두AI클라우드가 차지하고 있다. 모두 중국 CSP들이다. 이 가운데 알리바바클라우드가 시장점유율 37%로 선두다.
미중간 AI 패권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AI가 군사·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 등 전 분야에서 중국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데다, 특히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군사 분야에 우선 적용될 수 있다는 게 미국이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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