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과거 구현모 대표 시절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KT 미디어 밸류체인이 신임 김영섭 대표발 계열사 재편을 앞두고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우영우’ 신드롬 이후 시들해진 경쟁력을 어떻게 보강할지 관건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말을 전후로 김영섭 대표 취임 후 첫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52개 계열사 재편 작업을 본격화한다.
지난달부터 주요 계열사들을 순회하며 경영보고를 받은 김영섭 대표의 관심사 중 하나는 미디어 사업이다. 내년 3월 대표 임기 만료를 앞둔 8곳의 계열사들 중에서는 KT스카이라이프, KT알파, 지니뮤직, 나스미디어 등 미디어·콘텐츠 계열이 많다. 대폭 물갈이 인사가 점쳐지는 가운데 현 사업구조의 적정성도 의제로 떠오른다.
실제 이들 사업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3분기 2605억원 매출을 올려 전년보다 2.8% 감소했고, 콘텐츠 자회사들(KT스튜디오지니·KT알파·나스미디어)도 같은 기간 2605억원 매출로 전년보다 3.6% 하락했다. 콘텐츠 자회사뿐만 아니라 KT스카이라이프도 콘텐츠 투자 부담 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스튜디오지니 자체만 보면 호조를 보이고 있다. KT 분기보고서에서 확인한 KT스튜디오지니의 3분기 매출은 1428억원으로, 이는 지난해(1015억원)와 2021년(1182억원)의 연간 매출을 뛰어넘은 액수다. 특히 제작 매출 비중이 91%로, 대부분이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콘텐츠를 판매해 벌어들인 돈이라 할 수 있다.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 2021년 출범 이후 불과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이는 작년 6월 방영된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대흥행을 거둔 덕이 컸다. 그런데 우영우 이후 그에 버금가는 실적을 올린 콘텐츠가 없었음에도, 스튜디오지니는 꾸준히 매출을 키워 외형 성장을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스튜디오지니의 안정적 성장 배경으로는 KT의 탄탄한 IPTV 사업과 위성방송사인 KT스카이라이프, ENA 채널을 운영하는 스카이라이프TV 등이 콘텐츠 수급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점이 크다. 이들은 스튜디오지니 콘텐츠를 대부분 지식재산권(IP)도 없이 방영권만, 그것도 턴키(Turn Key) 형태로 일괄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것이 ‘우영우’ 같은 메가히트작이 있지 않는 한 다른 계열사들에 상당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된다는 점이다. 올해 6월 출범한 전국언론노조 스카이TV지부의 김영성 지부장은 “우리는 스튜디오지니로부터 드라마 방영권을 사서 트는 구조인데 선택권이 없다”며 “주면 알아서 틀고, 막대한 방영비를 줘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직전 대표인 구현모 대표 시절 스튜디오지니가 KT의 미디어컨트롤타워로 급부상한 덕이 없지 않아 있다. 지난해 구 전 대표는 디지코(DIGICO) 전략 일환으로 미디어 사업을 대폭 재편하면서, 당시 신생 콘텐츠 법인이었던 스튜디오지니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검토할 정도로 큰 힘을 실어줬다.
특히 KT스카이라이프와 KT스튜디오지니는 지난해 11월 각 채널 자회사였던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를 합병시켜 지분을 나눠가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합병법인의 지분 62.7%를 가져감으로써 채널 주도권은 지켰지만, 콘텐츠 제작 기능과 투자가 스튜디오지니로 결집되면서 스카이라이프 내 불만 기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튜디오지니는 이후에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을 티빙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티빙의 2대 주주로 올라서는 한편 CJ ENM을 2대 주주로 끌어들이는 등 미디어 밸류체인을 강화해 왔다. 자회사 ‘밀리의서재’도 김영섭 대표 취임 후에 기업공개(IPO) 출사표를 다시 내면서 성공적인 상장을 마친 상태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달 계열사 보고를 통해 이 같은 미디어 사업 구조와 현황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스튜디오지니의 중간지주사화 또는 그에 부합하는 미디어 밸류체인 강화를 계속 추진할 것인지, 또는 유료방송 및 방송채널사용사업(PP)과의 연계성을 고려한 또 다른 시나리오를 물색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 사업과 관련해선 당장 이번 인사에서 유의미한 재편이 이뤄지기보다 계열사 대표들의 임기 만료 시점에 가서 후속 인사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면서 “KT스카이라이프의 경우 정권에서 힘 있는 인사들이 대표로 온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 또한 고려해봐야 할 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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