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그저 KPI를 위한 건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이 드네요."
금융권 한 관계자가 최근 우리은행이 줄줄이 개최하고 있는 기자 간담회를 두고 이같이 말했다. 핵심성과지표인 KPI는 쉽게 말해 조직에 기여도가 높은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이 관계자는 "(기자간담회가) 홍보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기업 내 각 부서에서 이런 부분들을 KPI로 더러 잡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 마디로 "딱히 실속은 없어 보이는데 연이어 굳이 의미 없는 행사만 만들고 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7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주제로 한 기자 간담회에 이어 이달 25일에는 '글로벌 강화'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두 번의 기자 간담회까지 포함하면 최근 들어 기자간담회만 네 번, 마치 시리즈처럼 기자간담회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100명에 달하는 인원을 모아 놓고 간담회까지 진행 할 만큼 중대한 내용도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자화자찬'이 대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이번 간담회 내용의 핵심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030년까지 25%까지 늘려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서도 다소 허황된 청사진을 그렸다는 냉소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예고된 상황에서 각종 규제 환경까지 고려하면 수익성을 제대로 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기자 간담회에서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일삼고 있어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번 간담회에서는 한 시중은행의 대출 전략에 대해 "우량 대출이 아니다"며 공개적으로 경쟁사를 지적한 데 이어, 이번 간담회에선 현장에서 지급한 자료에 각 은행의 글로벌 수치가 들어간 '경쟁은행 네트워크 비교'란을 만들어 자사의 성과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다만 이번엔 구체적인 경쟁사 이름을 지칭하진 않았다. 하지만 누가 봐도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을 겨냥했을 거라 예상할 수 있는 항목이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의 이 같은 기자 간담회가 임종룡 회장의 보여주기식 액션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지난 3월 취임한 임 회장이 이렇다 할 실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청사진을 내세우며 이를 만회하려는 전략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취임 전 부터 관피아 논란에 휩싸였던 임 회장은 4대 금융지주 중 실적 꼴찌를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 마저 높아 '이자 장사'를 일삼고 있다는 비판까지 받는 중이다. 과거 700억원대 횡령 사건에 이어 최근에도 횡령 사건이 발생해 내부통제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사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알맹이 빠진 실속 없는 자화자찬보단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주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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