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만으로는 현재 시장 내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야당 의원들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자율규제 현황을 지켜보되,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때 법적 규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대상 국정감사에서 “자율규제로는 플랫폼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중단시킬 수 없다”면서 “기본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법적 규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의원은 특히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점업체인 소상공인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 의원은 “공정위 온라인 플랫폼 태스크포스(TF)에서 여덟 차례 회의가 있었고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자율규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대화와 타협이 실종됐다”며 해당 방안에 대해 입점업체들이 거의 반대했지만 공정위가 밀어붙였다고 지적했다.
그 증거로 최 의원은 지난 2월13일 공정위 자율규제 방안 초안을 제안할 때 관련 대외비 문건을 공개하며 당시 이 관계자가 누구인지 추궁했다. 최 의원이 제시한 문서에 따르면 한 공정위 실무자는 “(자율규제 방안 발표에) 모두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 배달앱 다음은 숙박앱 과제가 있어 일주일 내로 빠르게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렇게 자율규제해선 플랫폼 불공정 거래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며 법적 규제를 병행할 필요성을 피력했다.
한 위원장은 “거래상 지위 남용 등 문제는 이미 공정위 법으로 규율돼 있고, 계약 관계에서의 필수적 기재 사항이나 분쟁 조정 등은 자율규제로 추진 중”이라며 “(자율규제가) 아직 초기 단계라 그 과정을 조금 더 지켜보고 법제화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 문제 제기에 힘을 싣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날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사무총장을 신청해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플랫폼 자율규제 협상’에 대해 질의했다.
이성원 한상총련 사무총장은 “3~4달 정도 자율규제에 참여했으나 기업 측에서 우리 같은 소상공인에 가장 중요한 정산주기 문제 등 비용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해 참여를 중단했다”고 운을 뗐다.
수수료나 정산, 광고비 등 비용에 대한 논의는 나중에 처리하자는 기업 측 입장에 따라 정식 협상 테이블 외에서 따로 접촉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견만 확인하고 결론 난 바가 없다는 게 이 사무총장 설명이다.
김 의원은 “사실상 자율규제가 멈춰선 셈”이라며 “공정위가 자율규제 논의에만 모든 것을 맡겨두면 안 된다. 단체협상권 등 제도적 틀만이라도 만들어 근본적인 갑을관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자율규제기구의 세부적인 논의 과정은 알지 못하나 표준계약서 마련 및 자율분쟁조정기구 설립 등을 통해 수수료 동결·감경과 대금 정산주기 단축처럼 영세 소상공인 부담을 일부 완화한 부분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법률에서 비용 관련 부분을 직접 규정할 수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이 제안한 단체협상권 제도화에 대해선 “갑을관계법은 가맹사업법과 대규모유통업법, 대리점법 등인데 현재 관련 법에서 단체협상권이 인정되는 법은 없다”며 “가맹사업법 경우 단체구성권이 인정되는 제도가 현 법체계에 있어 다른 유형과 같이 균형 있게 고려해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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