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어려워진 IPO의 길…해외기업 매각설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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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어려워진 IPO의 길…해외기업 매각설 ‘솔솔’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3-08-30 17:03:26

이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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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기업공개(IPO) 추진이 불투명해진 11번가 운명이 ‘매각’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재무적 투자자(FI)와 약속했던 시한까지 IPO를 완료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SK스퀘어는 11번가 투자유치 방안으로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복수 해외기업들과 11번가 지분 매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언급되는 기업들은 큐텐과 아마존, 알리바바 등이다. SK스퀘어와 논의 단계는 각사별로 다르지만 11번가 인수 제안을 하고 협상을 하는 중으로 알려졌다.

큐텐은 지난해와 올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차례로 인수하며 ‘직구’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바바그룹 내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 1000억원 투자 계획을 밝힌바 있다. 아마존은 이미 11번가와 제휴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각 기업들은 11번가 인수로 시너지를 낼 방안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SK스퀘어는 11번가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줄 최적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이 해외기업 중심인 이유는 국내에선 11번가 인수 여력이 있는 대형 회사를 찾기 힘든 탓이다.

네이버는 올해 외형확장보다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돌아섰고 신세계그룹은 2021년 지마켓(구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시너지 모색에 한창이다. 롯데는 유통보다 바이오·헬스케어 등 신사업에 집중하는 데다 유통부문은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시장 분위기를 보면 IPO를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고, 매각을 통한 투자유치로 11번가를 점프업 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힘든 상황에 있는 국내 기업 아닌 아마존, 큐텐, 알리바바 등 해외 기업들이 11번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11번가가 FI와 약속한 상장 시한은 다음 달 말까지다. 11번가는 IPO 계획에 대해 “시장상황을 고려해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11번가 상장 준비는 지난해 8월 대표 주간사 선정 이후 1년 가까이 멈춘 상태다.

11번가는 실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 올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SK스퀘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11번가 올해 2분기 매출은 19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8.9% 늘었고, 영업손실은 27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0.7% 줄었다. 지난 6월엔 오픈마켓 부문 월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고, 2025년 전체 영업이익 흑자전환을 목표로 세웠다.

IPO 연기도 고려할 수 있으나, 매각에 무게추가 좀 더 기우는 이유는 SK스퀘어 전적 때문이다. SK스퀘어는 지난 5월 IPO가 무산된 보안 전문 자회사 SK쉴더스 기업가치를 올려 성공적으로 매각한 바 있다. 지난 7월 SK쉴더스는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 발렌베리그룹 산하 PEF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2조원에 매각됐다. SK스퀘어는 지분 매각 후에도 2대 주주로서 SK쉴더스 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MWC2023’에서 “11번가도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언급하며 11번가 매각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 매각까지 변수가 많아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기까진 수개월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