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바야흐로 K-배터리 전성시대다. 중국과의 경쟁이 만만찮지만, 상대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정치·외교적 리스크가 적은 한국이 유리한 형국이다. 삼원계 배터리와 하이니켈 양극재 등 주류 기술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국을 앞선다.
특히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한 한국 배터리 소재 업체들은 세간에서 어느 때보다 열띤 관심을 받고 있다. 모 기업은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사이 코스닥 황제주로 급성장했고, 모 기업은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전기차 제조사에 양극재를 납품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외에도 지난 1년간 배터리 소재 사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괄목할 사세 확장을 이뤄낸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단기 압축성장의 부작용일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배터리 소재사들의 대외 소통 능력은 기대 이하다. 물론 전형적인 B2B(기업간거래) 기업의 특성상 그동안 대외소통 능력의 중요도는 낮았을 터다. 이는 배터리뿐 아니라 많은 B2B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성이다. 취재 중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 접촉해봐도 대부분 기저엔 “비즈니스만 잘하면 된다” 주의가 팽배하다.
그런데 배터리는 조금 특수하다. 반도체 외에 오랜만에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석권한 산업이다. 이제 본격적인 성숙기에 접어드는 성장산업으로서의 기대도 남다르다. 실제 기업가치 대비 널뛰는 배터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를 반영한다. 좋든 싫든 기업의 이미지와 지속성 관리 측면에서 대외 소통의 중요성 또한 이전과 달리 바라봐야 할 때다.
예컨대 꼭 주가가 아니라도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회사가 그동안 음지에서 이룬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좋은 시기다. 어떤 실수나 사고에 직면하더라도 평소 소통과 이미지 관리가 잘 된 기업은 그 충격이 덜하다.
하지만 실상은 불통이 더 일반적이다. 배터리 분야는 ‘전기차 붐’과 함께 갑작스레 주목도가 오른 기업이 많고 상당수가 중소·중견 기업이다. 이들은 대기업들과 달리 홍보 전담조직이 아예 없고 IR(투자담당) 관련자가 미디어 노출 빈도 증가에 따라 대외홍보(PR)까지 겸하게 된 곳이 많다.
물론 IR에 PR까지 능숙히 해내는 이들도 있지만 극소수다. 대부분은 언론 외 불특정 다수를 새롭게 상대해야 하는 PR 업무에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다. 당연히 관련 업무에 서툴고, 업무량이 과중해지다 보니 응대보다 회피를 택하는 곳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모 기업은 임원급에 PR 업무를 추가하며 이를 보조할 홍보대행사까지 붙여줬음에도 대행사조차 임원과 연락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또 어떤 기업은 온라인 기업설명회에 언론, 일반 투자자에 애널리스트들까지 불러 모으더니, 준비한 내용만 발표하고 질의응답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해 비난을 산 바 있다.
PR은 그 자체로 장부상 수익을 안겨주지 못해도 소통을 통해 기업의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우리 편’을 만들어 두는 일이다. 소통에 조금만 투자해도 실보다 득이 많을 시기인데, 이를 알지 못하는 기업들이 안타깝다. 모 컨설팅 업체 임원은 “간혹 회사 대표조차 외부에 무엇을 알리고, 무엇을 숨겨야 하는지조차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경우들을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들은 뒤늦게 IPO를 준비할 때만 반짝 홍보에 나서지만 큰 반향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다행히, 최근 시장의 주목도가 높은 핵심 소재기업들을 중심으로 홍보조직 신설 및 강화에 힘을 싣는 곳들이 보이고 있다. 설익은 냄새를 풍기지만 긍정적인 시도다. 대행사를 쓰더라도 핵심 사업의 연구 및 진행 상황 등을 수시로 전하며 대중이 이해할 ‘스토리’를 써내려 가기 시작한 곳들도 몇몇 눈에 띈다. 처음에는 의심스럽게 비춰지던 행보도 지속성과 구체성이 더해지면 평가가 달라진다. 이것이 ‘오해’에서 ‘이해’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대외홍보의 순기능이다.
물론 허위가 의심되는 수준의 과장과 포장을 일삼아 눈살이 찌푸려질 때도 있다. 한편으론 그럴수록 미꾸라지가 물 흐리지 못하도록 업계가 합심해 바른 정보와 동향을 전하는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앞서 암호화폐나 메타버스와 같이 떠오르던 기대 산업들도 수습조차 어려운 사건사고와 과대 광고 등에 몸살을 앓다가 지금은 대중의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배터리는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며 소통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변화가 더욱 널리 확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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