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에 대한 삼성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發) 특허 및 인력 유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BOE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소송을 제기한 영향이다. 삼성은 맞대응을 넘어 교류를 끊으려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디스플레이, ‘BOE 때리기’ 합동 작전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BOE가 공급하던 TV용 액정표시장치(LCD) 물량 축소를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LCD 생산을 중단하면서 삼성전자는 모니터, TV 등에 탑재하는 LCD를 CSOT(중국), AUO(대만), BOE 등에 구매했다. 삼성전자는 단가 인하 차원에서 스마트폰에 활용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BOE로부터 조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중저가 모델을 넘어 플래그십 제품까지 적용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삼성과 BOE의 동맹은 확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BOE가 지난 5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삼성전자 중국법인 등을 특허 침해 혐의로 제소한 탓이다. 총 8건의 소송이 걸려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BOE의 움직임은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의 법적 대응에 따른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작년 1월 삼성디스플레이는 지적재산(IP) 보호를 위해 적극 대응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초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인저드가젯, 모바일센트릭스, 가젯픽스 등 미국 부품 도매사 17곳이 외부 디스플레이 부품과 패널을 활용할 수 없도록 수입 또는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업체들은 미국 내 다수 사설 수리업체에 삼성전자 갤럭시, 애플 아이폰 등 수리용 패널을 대량으로 납품해왔다. 문제는 이들이 활용한 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 ‘다이아몬드 픽셀’ 등 핵심 특허를 상당 부분 침해한 부분이다.
더욱이 대부분 제조사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출처 불명 제품이라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 않다.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나 중국 특성상 법적 대응이 사실상 통하지 않아 미국으로 공격을 우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BOE 등 중국 경쟁사를 공격하기 위함이라는 의미다.
이에 BOE가 맞붙을 놓았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애플 ‘아이폰12’ 이후 사용된 모든 아이폰의 OLED 기술 4종을 BOE가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BOE를 향한 삼성의 공세가 강해졌고 디스플레이 업계의 ‘큰 손’인 삼성전자가 나서게 된 것이다. 대안으로는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샤프(일본), CSOT, AUO 등이 거론된다.
◆사실상 韓이 키운 BOE…이제는 韓 위협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행보에 대해 국내 산업계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BOE는 우리나라의 자충수로 꼽힌다. BOE는 지난 2002년 자금난으로 허덕이던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로부터 LCD 사업부를 넘겨받아 기틀을 세웠다. 이후 핵심기술 4300여건을 빼돌린 뒤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했다.
BOE는 국내 인재들을 수없이 영입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노하우 상당 부분까지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기소된 톱텍 전 대표 A씨가 징역 3년을 최종 선고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A씨 등 9명은 2018년 4월 삼성에서 받은 유연한(플렉시블) OLED 엣지 패널 3차원(3D) 라미네이션 관련 설비 사양서와 패널 도면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자료를 자신들이 설립한 B사에 유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추후 일부를 중국 업체 2곳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이중 BOE가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해 5~8월 삼성으로부터 받은 도면 등으로 3D 라미네이션 설비 24대를 B사에서 제작한 뒤 중국 고객에 16대를 수출하고 추가로 8대를 수출하려는 혐의도 받았다.
해당 설비는 엣지 디자인 스마트폰을 만들 때 유리와 패널을 하나로 합착하는 모듈 공정을 처리한다. 삼성전자 ‘갤럭시S’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양쪽 끝의 곡면 디자인을 구현할 때 사용되는 것으로 난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BOE는 한국 기술과 사람으로 큰 기업인 셈이다. 현시점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양강 체제를 깬 위협적인 업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으로부터 기술, 인재 등이 넘어가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했다. OLED까지 따라오기 전에 중국 견제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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