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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부 ‘제4이통 육성책’, 정책실패 면피용인가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 연합뉴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정부가 발표한 ‘제4 이동통신사’ 진출 지원방안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항간에선 정부가 제4이통 진입을 위해 파격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고도 평하는데, 실상 업계의 기대감은 높지 않다. 기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본다. 정부의 제4이통 정책이 애시당초 ‘28㎓ 정책 실패’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KT·LG유플러스에 이어 올해 SK텔레콤까지 통신3사에 대한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을 모두 취소하면서 그 대안으로 신규 사업자 진입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통신3사가 28㎓ 투자에 실패했으니, 이번엔 신규 사업자에 이를 맡겨 사실상 제4이통 역할을 맡기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렇게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일 ‘신규 사업자 주파수 할당계획(안)’을 발표하게 된다. 28㎓ 대역 주파수의 최저경쟁가격은 740억원으로 2018년 경매가(2072억원)의 3분의1 수준, 기지국 의무구축 조건도 기존(1만5000대) 대비 6000대로 절반 이상 줄인 것이 골자다. 업계 일각에서 ‘특혜’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파격 조건이다.

그럼에도 제4이통에 도전해보겠다는 신규 사업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일부 관심을 표한 사업자가 있기는 해도 애초에 정부가 기대한 만큼 흥행을 이루지는 못한 분위기다. 예견된 일이다. 주파수 특성상 28㎓를 활용하려면 막대한 투자비가 투입되는데 사용처는 제한돼 있으니, 기업으로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앵커주파수(700㎒ 또는 1.8㎓) 20㎒ 폭 할당 계획과 관련해서도 그 사용처를 신호 제어용으로 한정지었다. 앵커주파수는 본래 28㎓ 접속 용도인데, 일반 이용자 대상 통신 서비스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그럴 수 없다고 못박았으니 신규 사업자 입장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떨어진 셈이다.

과기정통부는 28㎓ 외 중저대역 주파수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제4이통을 하겠다고 나선 사업자 중에서는 28㎓를 핫스팟용으로 활용하되 중저대역 주파수를 추가 공급받아 전국망 확대까지 고려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시장경쟁 현황을 보고 순차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자칫 신규 사업자의 주파수 전략이 주객전도 될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규 사업자가 주력 서비스를 중저대역 주파수로 하게 되면 28㎓는 그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수도 있다. 28㎓로 혁신 서비스도 만들고 새 수익모델도 창출하는 모범적 사례를 탄생시켜 통신사 보란 듯 하고 싶은 게 정부 내심인데, 이에 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대로 가다 보면, 결국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더라도 기존 통신3사에 대항할 사업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잘해도 특정 지역에 기반한 핫스팟 사업자 정도가 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특혜적 지원 없이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는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 정부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부는 어쩌면 제4이통 지원방안의 정책적 목표를 통신시장 경쟁촉진이 아닌 28㎓ 정책 실패에 대한 면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28㎓ 정책은 실패하지 않았다. 이렇게 제4이통이 나오지 않았느냐”가 정부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일 수도 있다. 지난 실패를 가리기 위해 또 다른 실패로 향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지만 말이다.

정부의 제4이통 정책 실패는 결국 국민인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국가적 자원인 주파수를 가지고 특혜에 가까운 가격과 조건으로 신규 사업자에 할당한다면 그만큼 세수 손실을 초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제4이통 자체가 잘못된 의제는 아니다. 다만 정말 통신시장 경쟁촉진을 위한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목표가 분명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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