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SK시그넷이 최근 공개한 400kW급 신형 전기차 충전기 1000대를 미국 주요 사업자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현지 초급속 충전기 시장을 장악한 SK시그넷의 경쟁 기반이 한층 단단해질 전망이다.
SK시그넷은 미국의 4위 급속 충전기 운영사업자인 '프란시스 에너지'에 최소 1000기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 공급계약을 수주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에 판매하는 'V2' 모델은 현재 미국에 출시된 유일한 400kW급 충전기다. SK시그넷은 이를 5년간 장기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특히 이번 계약은 '미국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 정책(NEVI)'의 보조금을 받는 첫 계약이다. 회사에 따르면 총 계약 물량의 절반 이상이 NEVI에 해당된다. NEVI는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해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50억달러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충전소 50만개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은 국토가 넓어 급속 충전기 수요가 높은 나라다. 급속충전기 판매가 중심인 SK시그넷에 유리한 정책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시그넷의 현지 초급속 충전기 시장 점유율은 약 40% 전후다.
SK시그넷은 최근 미국 내 생산능력(CAPA) 확충도 이뤄졌다. 지난 6월 텍사스주에 연간 1만대 생산이 가능한 신규 공장을 설립했다. 이를 합한 미국 내 연간 생산량은 총 2만대다. NEVI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내 생산은 필수 요건이다. 또한 최근 테슬라의 충전규격(NACS) 중심으로 전환 중인 미국 전기차 시장 트렌드에 빠르게 발맞춰 연내에 NACS를 지원하는 호환 충전기를 출시하기로 했다. 초급속 충전기 선두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프란시스 에너지는 1934년 설립된 '프란시스 오일&가스'가 전신이다. 2015년 전기차 충전 분야로 사업의 중심을 전환했다. 현재 미국 내 4위 사업자이며 고속도로 급속 충전소 구축 사업이 주력이다. 8개 주에 총 550기 규모의 충전기를 운영 중이다. 향후 25개 주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 주 마이크 드와인(Mike DeWine) 오하이오 주지사는 미국 최초의 NEVI 프로그램 일환으로 구축되는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발표했다. SK시그넷과 프란시스 에너지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사로 선정됐다. 오하이오주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다.
데이비드 얀코스키 프란시스 에너지 회장은 "SK시그넷은 미국에서 오랜 충전소 구축 경험을 보유하고, 테슬라 충전 규격에 신속히 대응하는 등 빠르게 진화하는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가장 믿을만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SK시그넷의 V2제품은 NEVI 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효율적인 제품이다. 미국 초급속 충전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전기차 보급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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