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소프트웨어 업계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진행하며 적은 예산과 잦은 과업변경 등으로 시름하고 있다. LG CNS 컨소시엄과 보건복지부가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을 두고 반년 넘게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 CNS 컨소시엄과 복지부는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구축을 두고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복지부에 구두로 수차례 계약해지를 요청했다고 주장한다. 복지부는 컨소시엄의 계약해지 요청이 공식적인 게 아니라며 컨소시엄이 계약대로 개발을 완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LG CNS, 복지부와 갈등 빚고 있는 이유 살펴보니
LG CNS는 2020년 컨소시엄을 꾸리고 복지부의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6개 사회복지 관련 시스템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사용하는 '행복이음'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쓰는 '희망이음', 대국민 서비스 '복지로' 등을 통합하는 걸 골자로 한다.
다만 지난해 9월 진행된 2차 개통 이후 시스템에서 대규모 전산오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LG CNS 컨소시엄은 문제가 발생한 부분을 해결하고 3차 시스템 개통에 집중했다. 그러다 3차 시스템 개발을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4차 개통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컨소시엄측은 정확한 사업 철수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비용 문제로 인해 컨소시엄이 부담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할 당시보다 개발 기간이 늘어났고 개발비가 급증하는 등 사업 환경이 달라졌는데 예산은 늘지 않아 적자를 감내해야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LG CNS 컨소시엄과의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한국사회보장정보원에 프로젝트 관리를 맡기고 있다. 다만 한국사회보장정보원과 공식적인 계약을 거치지 않은데다, 계약종료 이후 LG CNS 컨소시엄측 개발자들이 이탈하고 있어 시스템 운영상 혼선이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LG CNS 컨소시엄이 책임지고 4차 개통까지 끝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현재 시스템 관리와 개발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셈이다.
◆ "앞으로도 LG CNS와 비슷한 사례 나타날 것"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추가 예산을 편성해 개발 일정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른 분야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적은 예산과 무리한 일정, 잦은 과업변경 등으로 기업들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드는 건 무리라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문제는 근본적으로 가치에 대한 인정을 하지 않는 데 있다"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과 관련한 혼란은 LG CNS 컨소시엄 사례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관행이 반복된다면 다른 기업들도 사업을 철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대국민 서비스 단절과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관들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진행할 때 지급하는 시스템 유지보수비용이 10년 전, 15년 전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며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에서 비용은 비슷하다는 건 사실상 예산 삭감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이 줄어들면 과업도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구조"라며 "기업이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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