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SK온 등 조단위 전구체 투자…기업 수 최다
- 전북도·새만금개발청, 특화단지 유치 경쟁에 총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이건한 기자] 전북 새만금이 ‘배터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 지역 대비 업체 수나 인프라 등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최근 들어 대기업, 해외사 등이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력이 경제안보 자산으로 격상되면서 특화단지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 차원에서 해당 지역에 대해 입지, 인프라, 투자, 연구개발(R&D), 사업화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음달 말 분야별 선정지가 공개된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새만금과 경북 포항, 충북 오창, 울산광역시 등이 후보군이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주 특화단지 전략발표평가를 진행하면서 유치전에 불이 붙은 상태다. 새만금의 경우 개발청과 전북도가 복수 기업과 투자 논의를 진행하는 가운데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지난 15일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를 돌아봤다.
◆中 손잡고 SK온·LG화학, 전구체 공장 설립
많은 배터리 회사들이 연이어 새만금 산단으로 입주하고 있으나 SK온과 LG화학이라는 대기업 계열사가 들어오면서 업계 관심이 쏠린 게 사실이다.
지난달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1조2000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5만톤 규모 전구체 생산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2023년 말 착공, 2028년 말 준공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현재 조성되고 있는 산단 6공구에 지어진다.
전구체는 리튬과 접착제 등과 섞여 양극재가 되는 소재다. 양극재 원가 60~70%를 차지하며 배터리 전체에서는 30~40%를 담당한다. 참고로 양극재는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품이다.
문제는 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 이에 국내 기업은 합작사(JV)를 통해 일부 내재화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화학이 화유코발트와 함께하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새만금은 중국과 가까워 현지 협력사와 교류가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앞서 SK온도 비슷한 이유로 새만금 투자를 결정했다. SK온은 지난 3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중국 거린메이(GEM)과 1조2100억원을 투입해 10만톤 수준 전구체 생산기지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1공장을 착공해 2025년 가동, 2공장은 2027년부터 돌릴 예정이다.
양극재 제조사 엘앤에프도 대기업 계열사와 손잡고 새만금 산단에 전구체 생산시설을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양극재 기업 중 3곳이 새만금에서 원료를 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회사 본거지
현시점에서 새만금 내 가장 큰 사업장을 운영 중인 2차전지 업체는 성일하이텍이다. 이 회사는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 또는 배터리 제조공정 중 발생하는 스크랩 등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뽑아내 양극재 또는 배터리 기업에 납품한다. 구체적으로는 전처리(방전·해체·파분쇄·선별) 및 습식제련(침출·용매추출·결정해·전해) 기술을 통해 추출한다.
성일하이텍 사업장은 배터리 수집 및 전처리하는 ‘리사이클링파크’와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는 ‘하이드로센터’로 나뉜다. 리사이클링파크는 헝가리, 폴란드, 중국, 인도 등 해외에 포진하고 있다. 현지에서 폐배터리 및 스크랩 수거하기 위함이다.
새만금 산단에서는 하이드로센터 1~2공장을 운영 중이다. 두 곳의 메탈 생산량은 4320톤 내외로 현대차 아이오닉 기준 10만대를 커버할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 9월에는 새만금 산단 2공구에 3공장을 착공했다. 올해 말 시운전 목표로 총 2147억원을 들어간다. 완공 시 아이오닉 30만대 분량을 책임질 수 있는 규모를 갖춘다. 원료별로는 니켈 1만560톤, 수산화리튬 7000톤, 코발트 1200톤을 출하할 수 있다.
인근에 전구체 공장이 연달아 들어서는 만큼 성일하이텍과 시너지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강명 성일하이텍 대표는 “배터리 수요가 늘면서 폐배터리 발생량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새만금 투자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새만금개발청 주도하에 중견·중소기업 입주 러시
새만금 산단 내 2차전지 투자가 본격화한 건 2020년대 들어서다. 중소기업 입주 시 7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를 100% 감면해주고 이후 3년간은 50% 감면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대도시에서 본사를 이전하게 되면 등록세를 면제해주기도 한다. 외투 기업에 대해서도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을 안 내도 된다.
입지보조금 및 설비보조금도 제공된다. 토지매입가격의 경우 중소기업 50% 이내, 중견기업 25% 이내를 지원한다. 설비보조금은 중소기업 24%, 중견기업 19%, 대기업 11% 이내로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주전자재료, 천보비엘에스, 에코앤드림, 이피캠텍, 테이팩스, 덕산테코피아, 동명기업 등도 투자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이다.
지난 16일 새만금개발청은 산단 입주를 앞둔 14개 2차전지 기업 등과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김동문 새만금 산단 발전협의회장은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산단에 12개 이차전지 기업이 들어왔고 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새만금이 시작은 늦었으나 2차전지 산업을 위한 최고의 입지를 가진 만큼 특화단지 지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은 용지 확장성, 육·해·공 물류 유통, 투자진흥지구 등 많이 알려진 장점 외에도 기업이 원하면 필지 구획과 다양한 기반시설 설계·변경이 가능하다”며 “새만금개발청은 전북도와 힘을 모아 특화단지 지정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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