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사들이 최근 신설한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에 도매제공할 예정인 가운데 도매대가를 어느 수준으로 설정할지가 관건으로 떠오른다.
알뜰폰 업계 입장에선 도매대가가 낮을수록 보다 저렴한 요금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를 대신한 정부의 도매대가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이유다.
28일 정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최근 통신3사와 신설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알뜰폰 도매대가 관련 논의에 착수했다.
알뜰폰은 통신사에 도매대가를 내고 통신망을 빌려 요금제를 보다 저렴하게 재판매하는데, 이 도매대가가 낮아질수록 마진이 높아지고 그만큼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LTE·5G 요금제의 경우 재판매하는 요금제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수익배분(RS) 방식이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는 최근 신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거나 곧 출시할 예정으로, 이를 모두 알뜰폰에 도매제공할 계획이다. 가장 먼저 LG유플러스는 오는 30일부터 U+알뜰폰 파트너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중간요금제를 도매제공한다.
문제는 도매대가 요율이다. 현재 5G 요금제의 요율은 60%대로, 40~50%대인 LTE 요금제보다 훨씬 높다. 예를 들어 한달 11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 5G 요금제(월 6만9000원)의 경우 요율이 60%이고, 실제 도매대가는 4만1400원에 이른다. 이런 비싼 도매대가 때문에 알뜰폰 사업자들은 5G 요금제 출시에 소극적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아직 5G 도매대가율을 너무 높이 잡고 있다. 도매대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알뜰폰 사업자들도 판매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알뜰폰에서 세대간 패러다임이 바뀌려면 도매대가부터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도매대가 요율을 대폭 낮춰줄 것을 통신사들에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5G 도매대가 요율이 50%까지 내려간다고 가정하면, 월 6만2000원인 SK텔레콤 5G 37GB 요금제를 알뜰폰 시장에선 월 3만원 초중반대에 볼 수 있다. 선택약정가(4만6500원)보다도 훨씬 저렴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통신사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매년 과기정통부와 도매대가 협상을 벌여 왔지만 도매대가 인하에는 늘 인색했다. 특히 5G 도매대가 요율은 지난 2020년 최대 7%포인트 인하된 이후 인하 폭이 정체돼 지난해에는 1~2%포인트 인하에 그쳤다.
통신사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최신 세대인 5G를 주력 판매하고, 알뜰폰은 LTE 요금제에 집중하는 것으로 시장이 이원화되어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매대가 인하로 5G 요금제가 알뜰폰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팔릴 경우 가입자 이탈 및 수익 측면에서의 타격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각 통신사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도매대가 인하에 있어서도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기 어렵다”면서도 “이번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인한 가입자 이탈을 최대한 방어해야 하는 상황인 것은 3사 모두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