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법률상의 개인정보보호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강화됐으면 한다. 그래야 사업자들도 자의적인 해석에 기대지 않고 좀 더 안전한 방식으로 정보보호를 할 수 있다.”(김기용 LG유플러스 상무)
“개인정보위원회에 문의한다는 것 자체가 사업자 입장에서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해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판단하면 될까요’라고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활성화됐으면 한다.”(김동섭 SK브로드밴드 부사장)
26일 서울 중구 SK T타워에서 열린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위원장 주재 간담회에서는 오는 9월15일부터 시행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관련해 통신사 및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의 목소리가 모아졌다.
이번 간담회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내용과 향후 정책방향을 산업계와 공유하는 위원장 주재 릴레이 간담회의 일환으로, 온라인플랫폼(3월16일), 의료·복지 분야(3월30일), 새싹기업계(4월17일)에 이어 네 번째 순서로 진행됐다. 통신 및 OTT 기업 11개사, 개인정보보호협회가 참여했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이동권) 도입, 온·오프라인으로 이원화된 규제체계의 일원화, 과도한 사전동의 의존방식 개선 등 내용을 담은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전송을 요구할 수 있는 일반적 권리로서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을 신설해 마이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오프라인 규제(일반 규정)와 온라인 규제(특례 규정)를 일원화해 모든 개인정보처리자 대상 ‘동일행위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한편 ▲정보주체의 실질적 동의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합리적 개인정보 수집·활용을 위한 동의제도를 개선하며 ▲개인정보 국외이전 적법요건을 다양화하는 대신 피해 발생 대비 중지명령권을 신설해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OTT 업계는 이번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국민 권리 보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법·제도를 잘 준수하고 자율적인 개인정보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동의 방식 개선 및 국외이전 요건 다양화 등이 실제 현장에 의미있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인정보위에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건호 LG헬로비전 정보보호국장은 “좀 더 디테일한 기준을 제공했으면 한다”라며 “예를 들어 기업에 가장 큰 부담인 과징금 부과와 관련해, ‘위반 행위와 관련 없는 매출액은 제외한다’고 돼 있는데, 그 관련 없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환석 KT 상무도 “사업자들이 고객정보를 현재는 레거시 시스템에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클라우드에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클라우드 관련한 정책들도 빠르게 명확화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정광필 프리텔레콤 상무는 “저희가 어떤 법적 조항에 대해 문의하기가 주저스러울 때가 있다. 괜히 질문을 해서 긁어부스럼 만들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라며 “여쭤본다고 해도 솔직히 명쾌한 답변이 없다. 차라리 오른쪽으로 가라, 왼쪽으로 가라 명확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동환 웨이브 리더는 “OTT 쪽에서는 개인정보가 이용자들의 발자취로 만들어진 기록이기 때문에 그 기록을 하나로 표준화시키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만약 데이터 전송 관련해 시행령을 여러가지 만들 때 너무 협소한 범위보다는 기술이나 여러 플랫폼 상황을 고려해서 확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법 개정에 따른 가이드라인·해설서 등을 조속히 마련하고 산업계의 데이터 관련 혁신적 도전들이 개인정보 보호법령 해석이나 판단의 문제로 한계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답했다.
고학수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내 실효성 있고 가시성 있는, 일반 이용자들도 체감할 수 있는 시범사례를 발굴하겠다”며 “더 큰 틀에서 표준화를 어떻게 할지, 인프라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바라보고자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