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부처 차원의 SW 기초체력 확보에 나선다. 디지털 대한민국 대도약 실현이라는 목적을 위해 SW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 방향성 하에서 AI 등 개별 대책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디지털 인재양성, 기반기술 개발, 오픈소스 활성화, 개발자 처우 등 제도개선, 문화 확산 등 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번 정부의 ‘2023 소프트웨어 진흥전략’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코로나19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예기치 못한 비대면 생활속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클라우드 도입을 본격화했고, 그 결과 해외에 비해 늦다고 평가받았던 클라우드 도입률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그리고 이제는 인프라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가 산업계 핵심 화두로 자리했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소프트웨어(SW) 진흥 전략을 발표했다. 인재, 기술, 생태계, SaaS, 글로벌 진출, 제도, 문화 등 7대 과제를 선정하고 각 과제별 정책 추진 방향성을 제시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SaaS로의 전환이다. 이번 진흥 전략에서 과기정통부는 2026년까지 국내 SaaS 기업을 1만개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1102개에서 9배 이상 많은 수치인데, 사실상 국내 SW 기업 전반이 SaaS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독려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서비스형 인프라(IaaS) 시장이 빅테크 기업의 승자독식 현상이 강화되는 반면, SaaS는 상대적으로 국가·산업·문화에 맞는 차별화가 가능하리라는 기대도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의 체질 변경을 강제할 수는 없다. 자연스레 SaaS 기업으로 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골자다. 과기정통부는 SaaS 기업의 성장단계를 고려한 맞춤형 SaaS 개발·사업화를 지원한다. 또 공공에서도 민간에서 개발한 SaaS를 적극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초기 기술개발 및 시장 형성에 도움을 준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강도현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전 세계적인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자 국내 SW의 SaaS 전환을 추진코자 한다. 올해 300억원 규모로 맞춤형 SaaS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혁신 SaaS 개발 및 사업화를 지원하는 사업도 내년부터 추진해나갈 예정이다. 2025년 도입 예정인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교과서도 SaaS로 개발할 것”이라며 “SaaS 기업 대상의 정책금융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SaaS 전환과 합을 맞추는 것은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 및 해외 진출이다. 과기정통부는 글로벌 SW 기업이 오픈소스 생태계에 적극 참여하는 것에 비해 한국은 아직 단순 활용하는 데 그치는 상황이라며, 국가 SW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오픈소스 생태계에 참여토록 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정부가 오픈소스 연구개발(R&D) 결과물을 모아 개발자·기업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나아가 민간이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도 2024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운영체제(OS), 데이터베이스(DB) 2종에 그치는 오픈소스 SW 공공조달 대상품목도 웹, 웹 애플리케이션 서버(WAS) 등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오픈소스를 이용하고 SaaS로 전환했다면 나아갈 방향은 해외 시장이다. 구축형 사업이 주를 이루는 국내와 달리 해외 시장의 트렌드는 일찌감치 SaaS로 전환됐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CSP)과 협력을 통해 해외 진출도 쉬워졌다. 과거에는 해외지사를 설립하고 그를 통해 사업을 전개했다면 이제는 CSP의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SW 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단계별 스케일업, (가칭) SW 프론티어 프로젝트를 2024년 개시한다. 민간 투·융자를 받은 기업, 예비고성장 기업 등을 바텀업 방식으로 선정하고 기업의 연구개발(R&D) 자율과제 및 글로벌 성장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수요국 맞춤 전단형 수출 지원 계획도 눈길을 끈다. SW 기업이 별도로 해외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제조·에너지·국방 등 각 산업 대표 기업과 SW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함께 해외에 진출하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예시로 들었는데, 네이버클라우드가 국내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에 진출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CSP와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과기정통부는 국내 SW 기업들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플랫폼을 지닌 기업들의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등재할 수 있도록 제반사항을 패키지 지원한다. 이와 함께 각 기업들이 진행하는 정보기술(IT) 행사에서 국내 SW가 함께 홍보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모색할 예정이다.
강도현 실장은 “많은 SW 기업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도전적 SW 기업을 발굴해 단계적 스케일업을 지원함으로써 2027년 국내 SW 매출 1000억원 기업을 2027년까지 250개까지 육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