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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명암]③"시간 벌었지만"…韓 배터리 4대 소재사, 中 떼어내야 산다 [소부장박대리]

[사진=디지털데일리]
[사진=디지털데일리]

- 아르헨티나 등 조달국 포함 여부 관건
- 해외 진출 전략 구체화 전망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당장은 괜찮지만 결국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으로 가야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지침이 발표된 이후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의 반응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7500달러(약 980만원)의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 비율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광물 40% 이상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 부품 50% 이상은 북미에서 생산한 것만 인정된다.

배터리 4대 소재 중 양극재와 음극재는 광물, 분리막과 전해액은 부품으로 분류되면서 주력 품목에 따라 회사 전략이 달라져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배터리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양극재 기업으로는 LG화학,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코스모신소재 등이 있다.

이들의 우선 과제는 중국 의존도 최소화다. 미국이 중국 등 해외우려기업(FEOC)에서 조달한 광물을 2025년부터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보조금 대상에서 빠져 배터리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리튬(58%), 코발트(64%), 흑연(70%) 등 주요 광물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을 훌쩍 넘는다. 특히 하이니켈 배터리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은 지난해 중국 비중이 약 88%로 전년대비 4%포인트 이상 늘었다.

양극재 생산량이 지속 늘어나고 중국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남은 1년8개월의 시간이 길다고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양극재 5개사는 그룹 또는 자체적으로 원재료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캐나다, 칠레, 독일,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조달처를 넓히는 분위기다.

다만 아르헨티나와 인도네시아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지 않은 나라들이 수혜 대상이 될지는 미지수다. 에코프로와 포스코 등은 현지에 진출했거나 협력사를 통해 두 국가로부터 리튬 또는 니켈을 수급한다. 해당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전부터 추진 중인 북미 진출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인 만큼 국내 생산이 가능한 덕분이다. 이와 별개로 고객사 대응, 정책 변동 가능성을 대비해 기존에 준비하던 생산기지 구축은 정상대로 이어갈 방침이다. LG화학은 미국행, 포스코퓨처엠은 캐나다행을 확정한 바 있다. 다른 업체들도 미국 생산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음극재 분야도 신경써야 한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하게 음극재 양산 체제를 갖추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핵심 원료인 흑연은 중국에서 대부분 가져온다. 포스코퓨처엠은 북미, 유럽 등 진출을 통해 현지에서 광물 조달 및 생산할 방침이다.

음극재가 발라지는 동박(얇은 구리막) 역시 광물로 포함된 점은 SK넥실리스, 롯데에너머티리얼즈 등에 호재다. 양사는 말레이시아와 유럽에 우선적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북미 진입은 급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다. 솔루스첨단소재의 경우 이미 캐나다 공장을 세팅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선택지가 많아진 게 맞다. 다만 IRA 때문에 북미 투자 기조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년 내 광물 확보 지역을 넓히는 게 최우선 과제겠으나 당장 대안이 없는 건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대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품으로 지정된 분리막과 전해액은 언뜻 보면 부정적일 수 있다. 당장 전기차 부품 50% 이상을 북미에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부품을 세분화하지는 않았다. 가령 배터리 팩, 모터 등으로 50%를 채우면 다른 부품은 북미 외에서 생산해도 된다. 분리막과 전해액은 배터리 원가에서 30% 내외를 차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전기차 전체 비용에서는 10%대다. 무리해서 급하게 북미 공장을 세울 것까지는 없다는 뜻이다.

역시 관건은 원재료 공급망이다. 분리막 원단도 중국 점유율이 높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에너에버배터리솔루션, 더블유스코프 등은 관련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 도레이와 분리막 합작사(JV)를 설립한 LG화학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미국 등 진출이 불가피한 만큼 이들 업체는 현재 북미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해액 업체들은 선제적으로 미국 생산기지 확보에 나선 상태다. 엔켐은 이미 미국 공장을 가동 중이며 동화일렉트로라이트는 올해 상반기 착공한다. 전해액도 원소재를 중국 외 국가에서 조달하는 것이 숙제로 꼽힌다. 일부 첨가물을 내재화하는 등 IRA 수혜 대상에 포함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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