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에 한국에 유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재무부는 3월31일(현지시간) ‘IRA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IRA 전기차 세액공제 백서를 구체화한 것.
우선 배터리 부품의 북미 제조·조립 비율, 핵심광물의 미국 및 FTA 체결국 추출·가공 비율 산정은 개별이 아니라 전체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했다. 소재의 최종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핵심광물’의 경우 추출 혹은 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이나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이 충족된다.
예를 들어 미국과 FTA 체결 국가가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추출한 니켈을 한국에 들여와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미국 FTA 체결 국가인 ‘한국산’ 소재로 인정,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기존 광물 공급망에 큰 변화를 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이 줄어든다.
양극활물질 등 ‘구성소재’은 배터리 부품이 아닌 광물로 잠정 분류됐다. 구성소재의 제조 과정도 핵심광물 가공 과정으로 인정된다. IRA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올해 기준 배터리 부품은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구성소재를 대부분 한국에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부품으로 분류될 경우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 있었다. 이외 배터리 부품은 한국 기업들이 이미 북미에 배터리 셀 공장을 운영 중이므로 요구조건 충족에 용이하다.
더불어 미국은 국가별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FTA 체결국 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미국과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별도로 맺어 IRA가 인정하는 FTA 국가로 인정됐다. 즉,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지만 배터리 핵심광물 주요 생산국인 나라들이 추후 일본과 비슷하게 특정 분야에서 FTA 체결국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여지가 생긴 것이다.
국내 배터리·소재 업계 등은 이번 가이던스 발표에 따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고, 한미 간 배터리 공급망 협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는 당분간 IRA 세액공제 요건 충족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한미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매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다양한 외교채널을 통해 업계 의견이 미국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준 정부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으려면 북미에서 조립되어야 한다’는 요건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 완성차 업체가 미국 외에서 생산한 전기차는 상업용이나 리스 용도로 판매될 경우를 제외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 배터리 업계와 달리 당장 북미 생산 시점을 앞당겨야 하는 완성차 업계 입장에선 부담을 안게 됐다.
정부는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여 우리 기업들의 IRA 수혜 극대화를 지원하겠단 방침이다. 오는 4월 초에는 코트라·무역협회 등 유관기관과 IRA 관련 기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금번 발표된 IRA 가이던스는 18일부터 적용되며 60일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정부는 필요 시 의견수렴 기간에도 우리 기업의 요구사항을 미국 정부와 추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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