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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요금제 리포트]③ 알뜰폰 5G 시장의 딜레마

고물가 시대 통신요금이 화두다. 정부는 5G 요금제 다양화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중간요금제’를 강조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지난해 8월에 이어 최근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계획을 밝히고 정부 방침에 화답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그러나 중간요금제 확대가 과연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도 나온다. 중간요금제가 알뜰폰 시장을 비롯한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5G 중간요금제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사들이 5G 중간요금제 확대 계획을 밝힌 가운데 알뜰폰 사업자들의 표정은 좋지 못하다. 5G 요금 선택권이 확대되면서 기존 LTE 위주 알뜰폰 가입자들이 다시 통신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정부는 알뜰폰에서의 5G 시장 역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알뜰폰 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5G 요금제를 내놓기에는 도매대가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5G 중간요금제로 알뜰폰 시장이 오히려 계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 중간요금제에 5G 알뜰폰 설 자리 잃는다

SK텔레콤은 내달부터 한달에 37·54·74·99GB 데이터를 각각 제공하는 신설 5G 중간요금제 4종(‘5G 베이직플러스’ 요금제+데이터 옵션 추가 방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기존에 110GB(월 6만9000원)를 제공하는 ‘5G 레귤러’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면 37GB(월 6만2000원) 요금제로 이동해 70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이번 5G 중간요금제 출시로 알뜰폰 업계는 5G 요금 경쟁력을 잃을까 우려가 크다. 실제 선택약정할인(25%)을 적용한 SK텔레콤 요금제와 알뜰폰 요금제는 단가 차이가 크지 않다. 일례로 SK텔레콤 37GB 요금제(월 4만6500원)과 KT엠모바일 30GB 요금제(월 3만7400원)간 단가 차는 1GB당 1257원·1247원으로, 10원 차이에 그친다.

중소 알뜰폰일수록 더더욱 요금 차이는 크지 않다. 현재 월 4만2000원인 SK텔레콤 24GB 온라인 중간요금제를 알뜰폰에서 이용할 경우, SK텔레콤 자회사인 SK세븐모바일은 3만7400원이지만 프리티는 3만9600원, 이야기모바일은 4만4000원이다. SK텔레콤 요금제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싸진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중간요금제 구간이 다양해지면서 기존 LTE 가입자의 5G 전환이 많아질 텐데, 알뜰폰 사업자가 이에 대응하기에는 지금 5G 요금 경쟁력이 너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월 기준 5G 알뜰폰 이용자는 약 17만5000명으로, 1306만명 규모인 전체 5G 사용자 중 단 1.3%에 불과하다.


◆ 높은 5G 도매대가에 요금 설계 한계

물론 SK텔레콤이 5G 중간요금제를 알뜰폰에 도매제공할 경우 알뜰폰 사업자들은 이를 활용해 더 저렴한 요금제로 내놓을 수 있다. 실제 SK텔레콤도 이번에 신설한 5G 중간요금제 4종에 대해 알뜰폰에 도매제공할 계획임을 정부에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알뜰폰 업계에서도 5G 중간요금제를 속속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현재 5G 도매대가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 알뜰폰(MVNO) 사업자는 이동통신(MNO) 사업자에 도매대가를 내고 통신망을 임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한다. 통신사에 내야 할 도매대가(원가)가 낮아질수록 마진이 높아지고, 그만큼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LTE나 5G 도매대가는 주로 알뜰폰 업체가 재판매하는 요금제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식으로 수익배분율을 정한다. 예컨대 월 6만2000원의 37GB 요금제를 재판매할 경우 수익배분율이 60%라면 3만7200원을 도매대가로 내야 한다. 실제 현재 5G 도매대가는 60% 안팎으로, 40~50%인 LTE 도매대가보다 훨씬 비싸다.

통신사 자회사나 금융사 계열 알뜰폰의 경우 비싼 도매대가와 마케팅비용 등을 어느 정도 부담할 재무적 능력이 되겠지만, 중소 알뜰폰 업체일수록 높은 도매대가는 큰 부담이다. 또 다른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도매대가가 최소 50%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알뜰폰 5G 시장이 빠르게 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말했다.

◆ 알뜰폰 경쟁력 강화 근본 해법 강구해야

이런 시장 구조에서 정부는 통신사 자회사 알뜰폰의 합산 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제한하는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중소 알뜰폰이 설 자리를 키우겠다는 건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오히려 통신사들의 중간요금제 활성화로 중소 알뜰폰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상황에 점유율만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결국 통신3사 요금 인하(중간요금제)와 알뜰폰 시장 확대, 중소 사업자 살리기라는 세 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에는 딜레마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 강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적으로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매대가 산정 방식을 다양화 하는 방안이 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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