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통신요금이 화두다. 정부는 5G 요금제 다양화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중간요금제’를 강조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지난해 8월에 이어 최근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계획을 밝히고 정부 방침에 화답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그러나 중간요금제 확대가 과연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도 나온다. 중간요금제가 알뜰폰 시장을 비롯한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5G 중간요금제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통신사들의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가 본격화 되면서 실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와 기업은 요금 다양화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 “고가요금제 가입자의 중간요금제 이동 많아질 것”
SK텔레콤은 내달부터 한달에 37·54·74·99GB 데이터를 각각 제공하는 신설 5G 중간요금제 4종(‘5G 베이직플러스’ 요금제+데이터 옵션 추가 방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예컨대 기존에 110GB(월 6만9000원)를 제공하는 ‘5G 레귤러’ 요금제를 쓰고 있었다면 37GB(월 6만2000원) 요금제로 이동해 7000원을 절감할 수 있다.
정부는 인하 효과를 자신하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는 요금제로 많이 이동할수록 이용 부담 완화 효과가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기존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자신의 데이터 사용량에 맞게 중간요금제로 이동한다면 그만큼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부정하긴 어렵다. 통신사들은 각 요금 구간별 가입자 수를 밝히고 있진 않지만, 업계에 따르면 100GB 이상 5G 요금제 이용자 비중은 전체의 30~40% 수준이다. KT·LG유플러스도 비슷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다고 가정하면, 2800만명이 넘는 5G 가입자 가운데 1100만명가량이 요금을 절감할 수 있다.
관련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일전에 중간요금제(24GB)가 나왔을 때는 요금제를 낮추는 가입자도 요금제를 높이는 가입자도 있어 통신사 실적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기존보다 세분화 했기 때문에 고가요금제 가입자가 중간요금제로 이동하는 비중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중간요금제 채택 비중, 신규 가입자의 20% 미만”
일각에선 그러나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에 의문을 던지는 목소리도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SK텔레콤이 출시한 이번 요금제는 고가요금제 이용자들에 혜택을 집중해 본인들 이익을 극대화한 반쪽짜리 요금제”라고 비판했다. 기존에 저가요금제를 쓰고 있던 이용자라면 이번 중간요금제는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중간요금제 출시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간요금제 출시로 실제 국내 통신3사의 이동전화 매출 감소 효과는 1% 미만에 그칠 것”이라며 “약정 효과 및 실질 요금 차이를 감안하면 중간요금제 채택 비중은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 미만으로 높지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물론 기업도 기본적으로 통신비 인하 효과에 동의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중간요금제가 실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요금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중간요금제 신설이) 일방적으로 실적에 불리하지만은 않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존 LTE 가입자들 그리고 저가요금제를 썼지만 그동안 데이터가 부족했던 5G 가입자들을 새로운 5G 요금제로 유인하는 효과도 덩달아 커질 것”이라며 “저가요금제와 고가요금제 가입자 중 누가 더 많이 움직이느냐에 따라 통신비 인하 효과가, 기업 입장에선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