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통신요금이 화두다. 정부는 5G 요금제 다양화를 통한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서 ‘중간요금제’를 강조하고 있다. 통신사들도 지난해 8월에 이어 최근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 계획을 밝히고 정부 방침에 화답하는 추세다. 일각에선 그러나 중간요금제 확대가 과연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심도 나온다. 중간요금제가 알뜰폰 시장을 비롯한 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5G 중간요금제 정책이 가져올 효과와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SK텔레콤이 총 4종의 신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가운데 일각에선 데이터당 단가의 적정성을 문제삼고 있다. 저가요금제일수록 1GB당 단가를 높게 책정해 이용자들로하여금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5G 요금제 1GB당 단가 보니
실제 SK텔레콤 일반 5G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5G 베이직’ 요금제(월 4만9000원·8GB)는 1GB당 단가가 6125원, 다음으로 저렴한 ‘5G 슬림’ 요금제(월 5만5000원·11GB)의 1GB당 단가는 5000원에 이른다. 반면 100GB 이상 데이터를 주는 ‘5GX 레귤러’ 요금제(월 6만9000원·110GB) 단가는 1GB당 627원으로, 최대 10배 차이다.
지난해 8월 출시된 1차 중간요금제인 ‘5G 베이직플러스’ 요금제(월 5만9000원)의 1GB당 단가는 2458원으로 ‘5G 슬림’ 요금제의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이번에 출시된 신규 중간요금제의 경우 37GB 요금제가 1676원, 54GB가 1185원, 74GB가 892원, 99GB가 687원으로 1GB당 단가가 완만한 폭으로 낮아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데이터당 단가로 가장 비싼 ‘5G 베이직’이나 ‘5G 슬림’ 대신 단가가 더 낮은 상대적 고가요금제로 유인하려는 통신사업자 중심의 요금 설계가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또한 신규 중간요금제가 ‘5G 베이직플러스’ 요금제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들어, 해당 요금제의 단가 자체가 비싸다는 점을 지목한다.
참여연대는 최근 SK텔레콤 신규 중간요금제 관련 논평에서 “이번 요금제 출시의 기준이 된 베이직플러스 요금제와 베이직 요금제의 데이터당 단가가 높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조정이나 대책 없이 중간요금제 구간(1GB당 687원~1676원)을 추가함으로써 통신비 부담 완화라는 취지에도 얼마나 부합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단가 차이, 기본료+할인혜택 개념”
정부와 기업은 그러나 이러한 단가 차이에 대해 회선·인프라 유지에 필요한 ‘기본료’ 개념을 강조한다. 김경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사업자가 통신망을 구축할 때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첫 단가는 높게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통신망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기본요금 개념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이러한 단가 차이는 데이터 구매량이 많은 고가요금제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ARPU(가입자당평균매출)가 높은 요금제로 유도하기 위해 고용량 요금제일수록 단가를 낮추는 것은 사업자의 판매 전략 일환이며, 무조건적으로 단가를 다 낮추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감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가 문제는 우리가 슈퍼에 가서 물건 한 개를 살 때보다 묶음으로 살 때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그걸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예를 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더 많이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 단가를 싸게 해주는 게 당연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과거 종량제였던 음성 중심 요금제와 달리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는 구간 단위로 요금이 설계되는데, 굳이 여기에 데이터량으로 단가를 따지는 것은 결국 종량제로 돌아가자는 얘기”라며 “옵션이 충분히 다양해졌으므로 본인 평균 사용량을 잘 진단해서 그에 맞게 선택하면 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