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가 지난해 나란히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8조원 벽을 깼다. 카카오도 7조원대 매출에 처음 진입했다. 그런데,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위기감이 감돈다. 양사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나타냈다.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수익성 둔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엔데믹(풍토병화)과 함께 전세계 경기불황이 가시화되면서, 빅테크 모두 광고시장 중심으로 타격을 받았다. 이에 더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규제 리스크까지 겹쳤고,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사태 후폭풍까지 겪어야 했다.
카카오 홍은택 대표는 2022년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는 참으로 어려운 시기였다. 카카오 크루들과 많은 분들의 노력과 이해로 비상상황을 헤쳐 나왔지만, 올해도 만만치 않다”며 “대내외적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고,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 성장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해 4분기 경우, 네이버 검색 및 커머스 광고 성장률은 각각 5% 4%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4분기 서치플랫폼 부문에서 검색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 늘어난 6602억원, 디스플레이 매출은 2.9% 줄어든 2498억원으로 나타났다. 브랜딩 광고 위주 디스플레이 광고(DA) 경우, 역성장한 모습이다.
광고는 핵심 이익 사업인데, 부진했다는 평가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거시환경 긴축이 광고주 예산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카카오 경우, 지난해 4분기 플랫폼 부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4% 감소한 9668억원이다. 이중 다음포털 광고와 관련된 포털비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 감소한 979억원이다. 지난해 매분기 지속 줄어드는 모습이다. 톡비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9% 성장한 5201억원이지만, 전반적인 광고 예산 축소와 함께 서비스 복구 지원에 따른 광고중단 여파로 매출 성장 폭은 둔화됐다.
양사 경영진은 올해도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역성장’ 방어에 주력한다. 동시에,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AI) 언어모델 경쟁 대열에 합류하는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려운 거시환경 속에서 서치·커머스 통합 플랫폼, 핀테크 등 네이버 핵심 사업 수익성 추가 하락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던 한 해였다”며 “글로벌 검색·광고 회사들도 가이던스를 주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한 거시환경 속에 살고 있다. 올해 핵심 사업 매출 가이던스 제시는 어렵지만 최소한 역성장을 방어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네이버는 서치·커머스·핀테크 등 핵심 사업 부문 이익률을 유지해 이익 절대 규모를 늘리고, 콘텐츠·클라우드 부문 적자를 상당 부문 줄이는 데 집중한다.
동시에 미래사업 동력 확보에도 힘쓴다. 올해 상반기엔 업그레이드된 검색 경험을 제공하는 ‘서치GPT’를 공개한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로봇·AI·디지털트윈 등 기술을 스마트빌딩‧스마트시티 구축 솔루션으로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북미 최대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포시마크’를 통한 글로벌 커머스 전략도 확대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랩스와 클로바,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1784 건물에서 여러 실험을 준비 중”이라며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지금 공개하기 이른 단계지만, 현재 사우디·일본에서 일부 프로젝트 경우 자료요청서(RFI)를 준비하는 단계로서 상용화 시작 기초 단계”라고 전했다.
카카오는 연내에는 GPT-3 한국어 특화 버전인 ‘코(Ko)GPT’를 공개한다. 이뿐 아니라 의료진단용 AI를 호주에 출시하는 등 헬스케어를 정조준하는 한편,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를 통한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글로벌 확장도 꾀한다.
또한, 카카오톡‧오픈채팅 개편을 통해 광고상품 성장률을 높인다. 이번달 내 오픈채팅 서비스를 채팅 탭에서 별도 탭으로 분리 신설하는 방안을 공유하고, 1분 내외 짧은 영상을 뜻하는 ‘숏폼’ 방식도 카카오톡 개편 내용에 포함한다.
홍은택 대표는 “상반기 카카오톡, 프로필, 오픈채팅 개편만으로도 굉장히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핵심 서비스 개편 과정에서 이용자 실용성과 편의성을 느낄 수 있는 광고상품을 같이 잘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