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정부가 28기가헤르츠(㎓) 신규사업자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KT와 LG유플러스로부터 회수한 28㎓ 대역 5G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 할당, 기존 사업자와의 경쟁을 통해서 국민 편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5G 28㎓ 대역을 B2C에서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냐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국민이 효과를 체감할 만한 서비스모델 자체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28㎓ 대역에 대한 투자가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를 보자. 현재 미국과 일본의 경우, 28㎓ 기지국을 각각 경기장과 대리점을 중심으로 설치할 것으로 업계로부터 전해진다.
먼저, 미국은 경기장에서 5G 28㎓ 대역을 활용해 가상게임·경기에 대한 멀티뷰(Multi-View) 등의 실감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이미 국내에서도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당시 시부야 거리에 28㎓ 기지국을 집중 구축, 통신사의 측정 결과 기지국으로부터 100m 거리에 위치한 건물은 입구에서부터 연결이 끊기는 등 서비스 품질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들 국가에서도 28㎓ 주파수를 활용한 B2C 서비스 개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인프라 구축에는 대규모 투자가 전제된다. 현재 5G는 크게 6㎓ 이하의 서브식스 대역과 24㎓ 이상의 밀리미터파 대역으로 구분되는 가운데, 28㎓와 같은 밀리미터파 대역의 경우 전파의 회절성이 약해 장애물에 약하고 커버리지가 짧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선 기지국을 훨씬 더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서비스 활용범위는 한정적이니 사업자의 입장에서 28㎓는 그야말로 ‘계륵’같은 존재다.
무엇보다 이렇게 B2C 서비스가 상용화된다고 한들, 과연 국민들은 편익이 증진됐다고 받아들일까.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기존 사업자의 의견은 배척한 채 B2C 활용을 고집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아집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5G 상용화 당시 정부는 통신3사와 함께 3.5㎓ 대역의 커버리지와 28㎓ 대역의 속도를 조합해 5G를 홍보하며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던 터다.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나 “2GB 영화를 0.8초 만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술”이 그 예다.
하지만 실제 상용화된 5G 서비스는 3.5㎓ 대역만을 활용하면서 국민의 반발을 샀다. 이 가운데 정부가 정말 B2C 서비스를 포기한다고 하면 이는 정책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잘못된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잡아가냐다. 지금의 상황에선, 신규사업자가 선정된 이후도 문제다.
신규 사업자의 부담은 더 크다. 이미 5:3:2로 고착화된 시장에서 통신3사를 상대로 어떻게 경쟁력을 확보할 지는 오롯이 신규 사업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협소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사업이 핵심사업 자체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사업자가 지금까지 통신3사도 하지 못했던 역할들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수익성만을 쫓는 사업자들 사이에서 정부의 역할은, 올바른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당장의 정책실패에 연연할 것이 아닌, 4년 전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던 것처럼 향후 통신 산업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들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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