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기존 통신사로부터 회수한 5G 28㎓ 대역 주파수를 신규 사업자에 주기로 하고 파격적인 지원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일단 회수한 28㎓ 대역 중 800㎒ 폭을 신규사업자에 할당하면서 최소 3년간 신규사업자만 참여할 수 있는 전용대역으로 공급키로 했습니다. 28㎓ 주파수의 경우 적지 않은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사업자가 충분히 고민하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또한 세액공제를 상향해준다거나 정책금융을 우대(최대 4000억원)해주는 등 자금 지원부터, 제조사와 28㎓ 스마트폰 출시를 협의하는 한편 전국망을 위한 3.7㎓ 대역 주파수 공급을 약속하는 등 생태계 마련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제4 이동통신사’를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5G 28㎓로 주요 인구밀집지역에 ‘핫스팟’을 구축해 초고속·초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거기에 기존 통신사(MNO)로부터 망을 임대해 전국망을 커버하는 알뜰폰(MVNO) 모델이 결합되면 더욱 시너지가 날 것이란 계산입니다.
정부가 제4 이통사 진입을 추진하는 것은 2015년 이후 약 8년 만입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는 2010년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 이통사 진입을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도 이를 이어받아 2015년까지 후보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희망 사업자들의 자본력이 부족했던 탓에 일곱 차례에 걸친 진입 시도는 모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기관을 통해 추정한 망 구축 비용은 300개 핫스팟을 설치한다고 했을 때 약 3000억원 정도입니다. 과거에는 기저망을 다 구축해야 해 기본 투자비만 수조원이었다면 지금은 부담이 훨씬 덜한 것이죠. 정부가 정책금융을 통한 40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 지원도 공언했고요.
또한 통신3사 독과점 체제였던 과거와 달리 자급제폰 유통 채널이 대폭 확대된 데다, 알뜰폰도 1200만 가입자 시대를 열며 기반을 닦은 만큼 기회는 열려 있다는 게 정부의 시각입니다. 기존에 소비자 접점이 있는 사업자들, 또는 여러 사업자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충분히 제4 이통사로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말 정부의 기대대로 제4 이통사가 탄생할 수 있는 걸까요? 하지만 정부의 낙관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반신반의하는 눈치입니다. 5G 상용화 5년차에 접어들었지만 28㎓ 대역은 아직도 대중화된 서비스 모델이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고주파 대역 주파수 특성상 구축이 쉽지 않고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것도 변함 없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오랫동안 망 사업을 해온 통신사들조차 28㎓에 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왔습니다. 애초에 정부가 기존 통신사(KT·LG유플러스)로부터 28㎓ 대역 주파수를 회수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수익모델이 불투명한 상황에 통신사들이 무작정 투자하길 꺼렸고, 그래서 정부가 요구한 구축 조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전국이든 국지적이든 기간통신사업자가 하는 것처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인프라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은 결국 같다”면서 “지금의 정책 지원 방안이 기존 통신사업자 대비 후한 지원은 맞지만, 지금껏 해보지 않은 영역에 발을 들여야 하는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 파격적인 지원은 아니다”라고 평했습니다.
실제 과기정통부는 네이버, 쿠팡, 롯데 등에 접촉해봤지만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클라우드의 경우 “우린 통신사가 아니다”라며 “통신사와 경쟁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밝히기도 했죠. 과연 정부의 구상대로 연내 신규 사업자 선정이 가능할까요? 당분간은 안갯속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