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띤다. 가입자가 1200만을 돌파한 데다 대형 통신사를 상대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를 잘 들여다 보면 딜레마가 보인다. 가입자 대다수는 여전히 통신사 자회사와 사물인터넷(IoT) 회선이 차지하고 있고, 금융권의 잇따른 진출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실정이다. 5G 시대 다양한 요금제를 선보이지 못하는 점도 숙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시장의 명과 암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국내 5G 가입자 수는 2755만1374명이다. 전체 7685만6976 가입자 중 35%가 5G를 사용 중이다.
반면 4G(LTE)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추세를 보이며 같은 기간 4649만3028명을 기록했다. LTE 가입자수 기준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사업자는 SK텔레콤이지만, 2위는 KT나 LG유플러스가 아닌 알뜰폰(MVNO)이다.
알뜰폰 LTE 가입자는 이 기간 1143만7256명 가입자를 확보하며 1위 SK텔레콤(1661만9052명)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알뜰폰을 사용하는 이용자 대부분이 LTE를 사용 중이라는 얘기다.
◆알뜰폰 5G 점유율 0.5% 불과
같은 기간 알뜰폰 5G 가입자는 14만4148명으로 지난해 8월 처음으로 10만 가입자를 넘겼을 정도로 여전히 미미한 수치다. 현재 알뜰폰 전체 가입자 수는 총 1263만8794명으로 16.4%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데 반해 알뜰폰 5G 가입자 수는 0.5%에 불과하다.
5G 상용화 4년째를 맞이하지만 아직 알뜰폰 시장에선 LTE가 주력인 이유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알뜰폰 업체는 통신사 도매대가를 내고 통신망을 임대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때문에 도매대가가 낮아질수록 마진이 높아지고 그만큼 더 저렴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알뜰폰 업계 입장에선 5G 도매대가는 여전히 높다.
지난달 도매대가 인하 관련 내용이 포함된 과기정통부의 알뜰폰 활성화 방안이 발표됐지만, 주로 3G 요금제에 적용되는 종량제(RM) 방식의 도매대가만 낮아졌을뿐 5G에 적용되는 수익배분(RS) 방식의 도매대가는 1~2%p 인하에 머물렀다.
RS는 재판매하는 요금제의 일정 비율을 통신사에 도매대가로 지불하는 방식이다. 현재 5G 도매대가는 수익배분율이 59%~62.5%로 LTE 대비 여전히 높은 편이다.
◆도매대가 산정기준 변경 통한 독자적 요금 설계 필요
통신사 입장에서도 5G는 급성장하는 알뜰폰을 견제할 카드다. 통신3사는 5G 가입자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 시장에선 알뜰폰이 아직 끼어들 틈이 없어 전통적인 5:3:2 구도가 유지되고 있다.
정작 알뜰폰 업계에서도 5G 요금제 출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이 중간요금제 등 5G 요금제를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가입자들이 알뜰폰에 가입하고 있는 주요 이유가 LTE 요금제를 저렴하게 쓰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알뜰폰을 선택하는 고객 대부분이 이통사 5G 단말을 사용하다가 약정이 끝나면서 넘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알뜰폰 사업자가 직접 5G 단말을 연계해서 판매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5G 도매대가가 높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이를 넓히려는 사업자도 거의 없다”며 “과거 3G에서 LTE로 바뀔 때도 이통사에 비해 몇 년 늦게 넘어왔던 만큼, 5G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알뜰폰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도매대가 산정기준을 바꿔 독자적인 요금설계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소매 단가에서 일정 수준을 인하하는 ‘리테일 마이너스’ 대신 망 원가 기준의 ‘코스트 플러스’ 방식이 적용되면 기존 요금제와 관계없이 독자적인 5G 요금 설계가 가능할 것이란 기대다. 정부도 전기통신사업법 전면개정안에 관련 제도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