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애플의 디자인을 책임진 조너선 아이브가 2019년 떠난데 이어 그 자리를 이어받은 에반스 행키 부사장도 퇴직을 앞두고 있다. 애플은 내부적으로 후임자를 물색하기는 했으나 이를 포기하고 제프 윌리암스 최고운영책임자(COO)에게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애플의 디자인은 곧 애플의 DNA로 불리기에 이번 조치가 차기 CEO 승계를 위한 밑작업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2일(현지시간) 외신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0월 퇴직을 선언한 에반스 행키 애플 산업 디자인 부사장이 떠남에 따라 그 자리를 없애는 대신 제프 윌리암스 애플 COO에게 일임할 것이라 전했다. 행키 부사장이 퇴직의사를 밝히기는 했으나 인수인계 등의 절차에 따라 약 6개월간 머무르기로 했으며, 현재는 그 기간 종료가 임박한 상태다.
산업 디자인을 책임지는 자리는 그간 애플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애플의 디자인 DNA를 깨운 조너선 아이브가 이 자리에 있었기 때문. 조너선 아이브는 차기 CEO로 거론될만큼 영향력이 컸으나 2019년 독립을 위해 애플을 떠났다.
애플은 떠난 빈 자리에 에반스 행키 부사장을 앉혔다. 행키 부사장은 하드웨어 디자인에 집중하고, 소프트웨어 디자인은 앨란 다이 애플 소프트웨어 디자인 및 휴먼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에게 맡겼다. 30여년간 애플에서 근무한 그녀는 지난 3년동안 애플의 최고 제품 디자이너로서 책임을 다했다.
행키 부사장이 떠나고 제프 윌리암스 COO가 디자인팀을 지휘하는 일은 조직구도에 있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핵심 디자인팀이 행키 부사장에게 보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행키 부사장은 그간 윌리암스 COO에게 보고를 올렸다. 즉, 디자인팀에 있어 중간관리자가 사라지고 최고 책임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다만, 윌리암스 COO는 글로벌 운영과 공급망, 애플케어 고객관리 등에 집중한 운영 경영자라는 점을 고려했을때, 이와 반대 성향을 디자인팀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 운영 경영진이 디자인에 간섭하는데 대해 일부 디자이너들이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간 윌리암스 COO가 행키 부사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왔기 때문에 융합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한편, 이번 인사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제프 윌리암스 COO의 입지는 보다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팀 쿡을 이을 차기 CEO로 윌리암스 COO가 유력시되고 있다. 팀 쿡 역시도 COO의 자리에서 CEO로 올라 섰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가장 안정적인 승계구도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