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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반독점 규제에 가로막힌 ‘글로벌 게임사 3위 탄생’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전 세계 4억명 게임 이용자를 보유한 액티비전블리자드가 새 주인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맞는데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반독점 우려에 미국과 유럽연합이 제동을 걸고, 경쟁 기업들도 의견을 제기하면서다. 당초 인수합병 시점으로 예상됐던 6월30일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윈도와 오피스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1위 업체다. MS는 이 두 개 분야에서 더 나아가 콘솔 플랫폼 등을 통한 게임산업이나 클라우드 등 다양한 산업에 진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해 1월 MS가 블리자드를 인수하고, 이를 위해 82조원을 들이겠다는 소식은 전세계 게이머는 물론 게임업계 종사자까지 깜짝 놀래키기 충분했다.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6일(현지시각)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합병(M&A)가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비단 어제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도 MS의 액티비전블리자드 인수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지난해 9월 영국 반독점 규제 당국인 CMA(Competition and Markets Authority)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반독점 심층조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독점 규제, 세계 3위 게임사 탄생 막을까=지난해 1월 인수합병 발표 당시, MS와 블리자드 합병이 불발될 것이란 예측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전망됐다. 미국이 빅테크 기업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1월 미국 상원 법사위에 통과된 ‘빅테크 반독점법안’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법안은 시가총액 또는 연매출이 일정 기준을 넘는 빅테크 플랫폼이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른 경쟁업체보다 우선 노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플랫폼 기업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에게도 해당된다.

또, 미국은 온라인에서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 중인 메타를 꼬집었다. 독과점을 막기 위해 경쟁사 인수 금지 법안을 만드는 데 집중하며 메타·알파벳·애플·아마존·MS 등 5개 빅테크 연합을 겨냥하고 있다. 또 다른 빅테크가 탄생할 수 있도록 신규 기업 성장을 도모하는 한편, 이들 연합의 막대해지는 영향력을 견제하는 차원이다.

MS 입장에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청문회가 벅차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FTC는 지난해 12월8일 M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7일 항의 증언 요약과 예비 증인 목록 제출을 시작으로 8월2일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MS의 대형 게임사 인수에 따른 게임 산업 집중도, 과도한 시장 지배력 등 반독점 이슈에 대한 적합성을 검토하겠다는 취지에서다. WSJ에 따르면 MS는 FTC에 3위 콘솔 제작업체에 의한 게임 인수가 매우 경쟁적인 산업을 흔들 수 없다고 항변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FTC가 제동을 건 기업 간 인수합병은 총 22건이다. 이 중 15건이 합병이 최종 불발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이 전반적으로 다양한 법안으로 빅테크를 옥죄고 있는 만큼 인수합병 성사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MS가 블리자드 인수 계획을 대중 앞에 공개한 시점은 지난해 1월이었다. MS는 블리자드를 687억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래는 전액 현금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MS가 블리자드를 인수 완료하게 될 경우,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전 세계 3위 비디오·모바일 게임업체로 올라서게 되는 상황이었다. MS는 발표 당시 인수합병 완료 시점을 오는 6월30일로 내다봤었다. 다만 당시 코틱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거래를 끝마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FTC 청문회에 따라 MS가 당초 계획했던 인수합병 완료 시점은 무산됐다.

◆인수합병 제동, 반독점 우려에 심사 계속=문제는 미국이 아닌 글로벌 국가에서도 이번 인수에 집중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등에서도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게임기업들의 경쟁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U는 MS가 블리자드 ‘콜 오브 듀티’를 경쟁사에 지원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과 PC 운영체제(OS)를 결합해 윈도 OS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당시 EU는 “MS 블리자드 인수는 게임 및 PC OS 시장 경쟁을 저하할 우려가 있다”며 “MS는 콘솔용 게임은 물론 PC OS, 클라우드 등 광범위한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반독점 감시기구는 이 사안에 대해 오는 4월11일까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대해 MS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계속 협력 중”이라며 “목표는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게임을 제공하는 것이며, 블리자드 인수는 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엔비디아도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1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FTC에 “게임에 대해 평등하고 개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니는 거래가 성사될 경우 MS가 플레이스테이션에 블리자드 인기 게임을 공급하지 않을 것이란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냈다.

한편, 다음달 6일(현지시각)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2022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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