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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고치는 카카오, 사과부터 보상까지 ‘모범답안’ 제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카카오가 지난 10월15일 전 서비스 장애 발생 이후 76일만에 보상안을 내놓았다. 무료서비스를 포함한 역대급 이용자 보상 합의안을 최단기간 내 도출했다.

크고 작은 서비스 장애를 겪지 않은 기업은 없다. 그럼에도, 사과부터 보상까지 큰 마찰 없이 3달도 채 되지 않은 빠른 시간 내 이뤄낸 곳은 드물다. 서비스 먹통 사태에서 카카오 잘못은 분명하나, 사후 처리에 있어선 모범답안을 제시했단 평가다.

카카오와 비교되는 최신 사례 중 하나는 트위터다. 30일 외신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트위터 접속 장애 보고가 전세계 곳곳에서 2만건 이상 대거 접수되고 있으나, 트위터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나는 잘된다(Works for me)”라고 트윗을 남겨 공분을 사고 있다.

피해 유무에 상관 없이 전 이용자 대상으로 보상안을 결정한 경우도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톡이 멈추더라도 라인이나 문자 등 대체 서비스를 통해 지인과 연락할 수 있다. 이처럼 카카오는 경쟁사 대체 서비스가 존재하는 무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이와 상관 없이 모든 이용자에 사과의 의미를 담아 보상하기로 했다.

과거 2011년 농협 전산 장애로 인터넷뱅킹‧현금자동입출기(ATM)‧체크카드 결제 등 일부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는데, 이 때 보상은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만 이뤄졌다. KT 경우 2018년 아현국사 화재 당시 통신장애를 입은 직접적인 고객뿐 아니라 2차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대상 통신장애 보상을 협의하기 위해 진통 끝에 약 1년에 걸쳐 전체 보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카카오 경우는 구체적으로 어떠했을까? 관련해 약 두달에 걸친 카카오 서비스 장애부터 보상까지 주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했다.


◆10월15일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카카오 서비스 장애 시작=지난 10월15일 SK C&C 판교데이터센터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리튜이온배터리 발화로 추정된다. 카카오 로그인‧인증 등 핵심 기능들을 담은 3만2000여대 서버가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 있다.

배터리 상단에 포설된 전력선이 화재로 손상됐는데, 이는 카카오 서버와 연결돼 있었다. 카카오에 따르면 화재 8분만에 서버는 불능 상태였다. 소방당국 판단 아래 전원은 차단됐고, 카카오 전 서비스들이 멈췄다.

◆10월16일 카카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10월16일 서비스 중단 10시간14분만에 전원이 들어왔으며, 이날 오후 5시 기준 파일 전송을 제외한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다음(Daum), 카카오T 택시, 카카오내비, 카카오웹툰 등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카카오는 즉시 홍은택 대표를 위원장을 삼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원인조사소위, 재난대책소위, 보상대책소위로 구성됐다. 최고경영자(CEO)가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맡은 건, 서비스 먹통 사태 해결을 카카오 최우선순위 과제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을 비롯해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야의원들이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찾아 점검했다. 당시 홍은택 대표는 관계당국 조사에 협조하고, 강도 높은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보상정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10월19일 대국민 사과, 남궁훈 대표 사퇴…피해 접수 시작=10월19일 카카오 경영진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SK C&C와 책임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이용자 보상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철저한 원인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힘쓰기로 했다.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는 머리 숙여 사죄했으며, 이것에 그치지 않고 경영진 교체 카드까지 꺼냈다. 남궁 대표는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재난대책공동소위원장을 맡아, 재발방지 및 시스템 쇄신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전력이 100% 복구된 가운데, 카카오는 공식채널을 통해 피해사례를 접수 받기 시작했다.

◆10월20일 카카오 서비스‧기능 모두 복구 완료=10월20일 오후 11시부로 카카오 모든 서비스와 기능들이 완전 복구됐다. 서비스 먹통부터 정상화까지 걸린 시간은 총 127시간33분이다.

카카오는 장애가 길어진 원인으로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 미흡 ▲운영관리 도구 이중화 미흡 ▲이중화 전환 후 가용 자원 부족을 꼽았다.


◆10월24일 카카오 김범수 창업주, 과방위 국감 출석=10월24일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SK 최태원 회장, 네이버 창업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함께 과방위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방위는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책임을 묻기 위해 이들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소환했다.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카카오를 향해 무료이용자까지 확대한 전향적인 보상책을 요구하는 한편, 문어바라 경영‧쪼개기 상장을 비롯한 독과점 플랫폼 문제로까지 확대해 질타했다.

김 센터장은 “이 자리를 빌어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들께 서비스 불편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준비를 미처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이유 불문 사과 드린다. 글로벌 기업 수준과 동일한 안정을 갖추겠다”고 언급했다.

◆11월6일, 카카오 피해사례 접수 마감=카카오는 19일간 진행된 피해접수 사례를 지난 11월6일 마감했다.

접수된 10만5116건 중 83%인 8만7198건은 카카오 사례로, 피해 신고 주체는 일반 이용자가 89.6%로 가장 많았고 소상공인 10.2%, 중대형 기업 0.2%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례 중 유료 서비스에 대한 피해 접수 건수는 1만4918건(17.1%), 무료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언급한 내용은 약 1만3198건(15.1%)이다. 67.8%는 금전적 피해와 관련 없는 문의, 의견, 항의, 격려 등으로 파악됐다.


◆11월14일, ‘1015 피해지원 협의체’ 구성=카카오는 소비자, 소상공인 등을 대표하는 단체 및 학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1015 피해지원 협의체’를 구성했다. 피해 접수 사례 분석 후 보상 대원칙을 수립하고, 세분화된 지원 기준을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11월14일 공개한 협의체는 ▲소상공인 대표 소상공인연합회 김기홍 감사, 차남수 정책홍보본부장 ▲학계 대표 공정거래-소비자보호 전문가 최난설헌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산업계 대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최성진 대표 ▲이용자‧소비자 대표로 한국소비자연맹 정지연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카카오에서는 송지혜 카카오톡 부문장이 참석했다.

◆12월7~9일 카카오 개발자컨퍼런스, 스스로 ‘치부’ 공개=카카오는 3일에 걸쳐 온국민에게 사과하고 문제점을 설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이례적인 자례를 만들었다. 서비스 장애를 겪은 기업 중 어떤 곳도 개발자컨퍼런스를 통해 대대적으로 사과하는 경우는 없었다.

카카오는 12월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온라인에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이프카카오데브2022(이하 이프카카오)’를 개최했다. ‘만약에 카카오 이렇게 했더라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남궁훈 소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 및 실무진들이 나와 장애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책을 공유했다. 특히, ‘1015 회고’ 특별 세션 5개를 별도로 열고 ▲데이터센터 ▲인프라 설비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 ▲에플리케이션 다섯 개 영역에 적용하는 다중화 기술을 개별적으로 설명했다.

카카오는 장애 원인으로 꼽히는 이중화 미비 등 내부 문제점을 기술적으로 가감 없이 공개하는 한편, CEO 직할 부문 IT엔지니어링 전담조직을 확대 편성하고 지난 5년간 투자 금액 3배 이상 규모로 향후 5년간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시스템 이중화뿐 아니라 자체 데이터센터 삼중화로 꾀한다.


◆12월29일 전국민 보상안, 무료서비스 첫 사례=
카카오는 처음으로 무료서비스 대상으로 이용자 보상안을 내놓았다. 유료서비스에 대해선 약관에 따라 보상해 왔으나, 이번엔 무료서비스 이용자 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업계에서도 전례 없는 보상안으로, 3000억원 이상 규모로 추정된다. 실제 피해를 입은 고객뿐 아니라, 법적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되는 모든 이용자와 소상공인 대상으로 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2월29일 카카오는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서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일반 이용자 전원에게 이모티콘 3종(1종 영구, 2종 90일 사용)을 일괄 지원하고, 전체 소상공인 대상으로 카카오톡 채널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는 5만원 상당 무상캐시를 지급하기로 했다. 중소사업자‧농수산물 생산자를 연결하는 임팩트 커머스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감사 쿠폰 2종(2000원, 3000원), 카카오톡 데이터 관리 서비스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300만명)도 추가 제공할 예정이다.

피해접수한 소상공인 경우 피해규모 30만원 이하는 현금 3만원, 30만~50만원 이하는 현금 5만원을 지급한다. 50만원 초과 피해 사례에 대해선 피해 입증 과정 및 검토를 통해 추가 지원을 고려한다. 소상공인 대상 추가 피해 접수도 2주간 실시될 예정이다

한편, 홍은택 대표는 지난 29일 본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카카오 장애 이후 75일 동안 원인조사‧재발방지 등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고, 결국 임인년 이틀 남겨두고 보상 협의를 극적으로 매듭지었다”며 “이게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 계묘년에는 카카오가 좀 더 사회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가겠다”며 “카카오톡과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해주시는 분들께 죄송했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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