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204일만에 사퇴…재난대책소위원장 맡아 -이중화 조치 포함 전체 시스템 쇄신…자체 데이터센터 구축 -유료서비스뿐 아니라 무료서비스까지 보상안 검토 -“화재원인은 리튬배터리, SK C&C 구상권 청구 논의 단계 아직 아냐”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왕진화 오병훈 이나연 기자] 전례 없는 카카오 장애로 남궁훈‧홍은택 대표가 고개 숙여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대표 자리에서 사퇴하고 재난대책소위원장을 맡았다. 재발방지에 노력하고자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을 쇄신하고 이중화 조치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관계 당국 조사와 요청에서 성실하게 협조하는 한편, 이용자‧파트너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정책을 수립한다. 유료서비스뿐 아니라 무료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보상안까지 확대해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SK C&C와 분쟁거리는 남아있다. 이번 카카오 장애 사태는 카카오 80% 서버가 입점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해 벌어졌다. 물론, 카카오 이중화 조치 미비에 대한 책임이 크지만, 이에 앞서 1차적 원인은 화재다. SK C&C 관할인 지하 전산실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카카오는 SK C&C와 구상권 청구 논의 단계는 아직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비스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고개 숙인 카카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19일 카카오는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카카오 아지트’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카카오 경영진은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이용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톡을 처음 만들었을 때 이용자 여러분이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일념이었다. 이용자들이 카카톡을 쓰면서 이제는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가 됐다”며 “그 성원에 보답하지 못한 최근 사고에 깊이 사과한다.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것 아닌가 반성하는 계기”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국민 대다수가 쓰는 ‘카카오톡’을 공공성을 지닌 서비스라고 봤다. 사실, 이번 카카오 장애 사태로 이용자들이 가장 큰 불편을 느낀 대표 서비스 중 하나가 카카오톡이다. 이에 홍 대표는 복구가 늦어진 이유를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히 파헤치고, 직‧간접적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 주말 소통에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 택시 호출을 받지 못한 기사님, 광고 채널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장님 등 카카오 서비스 이용자와 파트너들을 생각하면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카카오 전체 시스템을 점검하고 쇄신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은택 단독대표, 남궁훈 사퇴…김범수 경영복귀 아냐=카카오는 ‘사과’에서 끝나지 않았다. 경영진 교체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남궁훈‧홍은택 각자 대표에서 홍은택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남궁 대표는 카카오 장애 사태를 책임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 재난대책소위원장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다. 남궁 대표는 재난대책소위원장으로 재발방지 노력과 함께 추가 예산 및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일 계획이다. 카카오는 남궁 대표가 추진해 온 메타버스 및 글로벌 등 신규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현재 신규 사업이 권미진 카카오 수석부사장 산하에서 이뤄지면, 남궁 대표도 조언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이날 남궁 대표는 사퇴 이유에 대해 “카카오 서비스를 책임지는 각자 대표로서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한 심정과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 카카오 쇄신과 변화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자 대표이사직을 내려놓겠다”며 “이런 상황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역량을 쏟는 데 집중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임과 사과”라고 전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홍은택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게 됐지만, 당장 신규 대표를 선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경영복귀설을 부인한 것이다.
홍 대표는 “새로운 대표 선임은 지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단독 대표로 경영할 것”이라며 “김범수 센터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선택적 개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용자 보상, 무료서비스까지 확대=이와 함께 카카오는 이용자 및 파트너 등 모든 이해관계자에 대한 보상책을 수립하고 빠르게 실행하기로 했다. SK C&C와 책임 소재를 다투기 앞서, 이용자에 먼저 보상하기로 했다.
무료 서비스 이용자와 간접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선례와 약관 검토를 통해 논의한다. 앞서 카카오는 음원 플랫폼 멜론, 웹툰 서비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 이용자에게 이용권 연장 및 결제금액 반환 등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무료 서비스 약관에는 ‘천재지변’ 등 특수 상황에 따른 보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다양한 유사 선례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홍 대표는 “멜론 등 유료 구독자에 대한 보상 부분은 (피해 사실이) 명확해서 회사별로 보상을 실행하고 있다”며 “약관은 살펴봐야겠지만, 무료 서비스 (약관에는) 보상 면책 조항이 없는 것 같다. 서비스 복구 시간이 수 시간에서 3일 정도이기 때문에, 간접적 손해까지 감안해도 직접적 보상 규모 자체는 큰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카카오는 별도 신고센터 채널을 열었다. 카카오는 앞으로 2주 동안 채널을 열어두고, 신고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보상 대상 및 범위 등을 논의한다.
◆카카오 뼈 아픈 이중화 책임, 재발은 없다=이번 장애 사태는 카카오에 뼈 아픈 일이 됐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전체 서버 80%에 달하는 3만2000대가 작동을 멈췄어도, 화재에 대응한 이중화 조치가 있었더라면 서비스 장애 피해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버를 자동으로 배포하는 시스템도 중단돼, 서버를 일일이 수동으로 부팅하고 서비스를 배포해야 했다. 서비스 정상화가 늦어진 이유다.
홍은택 대표는 “서비스 아키텍처상 실패”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주요 서비스 응용 프로그램은 이중화했지만, 이를 다루는 작업도구를 이중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천재지변 등으로 데이터센터 전체 셧다운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DR(백업)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실제로, 이중화된 고객 데이터는 이번 장애에도 유실되지 않았다. 금융권 이중화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카카오뱅크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에 카카오는 판교데이터센터 안정화 후 2개월 내 작업도구 이중화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연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재발방지를 위한 인프라 확보에도 나선다. 카카오는 4600억원을 투입해 내년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 첨단산업단지에 카카오 제1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2024년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일대에 제2데이터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제1데이터센터 경우, 안정적인 서버 운영을 위해 남안산 변전소로부터 4만킬로와트(㎾) 전력을 확보한다. 비상상황으로 주전력 중단 사고가 일어나면 성포 변전소에서 예비전력을 가동한다.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해 배터리실에 화재가 나더라도 나머지 시설에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설계를 마쳤다. 진화 작업에 실패한 경우, 화재 발생 구간을 격벽으로 차단하고 냉각수를 채워 화염과 열기를 막는다.
홍 대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자체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번과 같이 데이터센터 한 곳이 완전히 멈추더라도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다.
◆카카오 VS SK C&C…책임 공방 벌어질까?=다만, SK C&C와의 공방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카카오 전 서비스는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경부터 먹통이 됐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를 메인 데이터센터로 삼은 카카오는 이곳에 전체 80%에 달하는 3만200여대 서버를 뒀다. 이 서버들이 화재 직후 곧바로 작동을 멈춰버렸다.
이날 홍 대표는 화재 현장을 방문한 사실을 밝히며 “지하 3층 SK온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천장에 있던 카카오 전산실과 연결된 케이블이 손상됐다”며 “UPS 장치 가동하려면 배터리가 필요한데, 배터리와 UPS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K C&C에 따르면 소방당국 지시 아래 전체 전력을 차단한 후 약 30분간 UPS를 가동시켰다. 배터리와 UPS는 SK C&C가 구축한 부분이다. 화재 발생 직후 중단된 서버들이 발생했는데, 카카오 서버였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당장 SK C&C와 구성권 논의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카카오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서비스 정상화 이후 카카오와 카카오 주요 종속회사 손실에 대한 손해 배상 논의를 SK C&C 측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 장비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스토리지 장비 등이 굉장히 무겁고 크기 때문에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000대 서버를 다른 데로 옮긴다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현재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4곳 이중화를 더 완벽하게 하려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카카오는 기업 휴지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휴지보험이란 사고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했을 때 기업이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상비를 지급, 기업을 계속 가동했을 때 생기는 이익을 보상하는 상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