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당한 망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한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계류가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를 막아야 한다는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신중론에 힘을 싣는 양상이다.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따르면 망무임승차방지법과 관련해 여야 당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망무임승차방지법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부 의원만이 적극적으로 법안 관련 논의를 추진할 뿐 법안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
특히 국민의힘 사이에서 신중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혹여나 법안이 통상마찰 논란으로 번지지 않을지 우려 때문이다. 과방위 여당 관계자는 “최근에도 미국 정부가 망무임승차방지법에 대해 우리 정부에 염려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지난 5월 망무임승차방지법 관련 우려 서한을 한국 정부에 전한 바 있다.
민주당에선 망무임승차방지법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과방위 야당 관계자는 “유튜버들이 결집해 법안을 반대하고 있고, 트위치의 화질 저하 조치로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부담을 표했다. 법으로 망이용대가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근거자료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9월 망무임승차방지법 공청회 이후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터졌고, 그 다음 공영방송법 등을 놓고 여야가 강하게 대치하는 등 시기가 좋지 못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과방위 관계자는 “방송법 문제로 여야간 감정의 골이 극에 달한 상태”라며 “솔직히 말해 망무임승차방지법에까지 관심을 쏟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망무임승차방지법 2차 공청회도 감감무소식이다. 1차 공청회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에 ‘반쪽’으로 진행된 데다, 당시 참석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망이용대가 개념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채 마무리됐다. 이에 당시 의원들은 여야가 모두 모인 공청회 자리를 한번 더 마련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에선 연내에 법안 통과는커녕 2차 공청회 개최마저 이루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실제 민주당은 최근 정기국회 중점법안에서 망무임승차방지법을 제외시켰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당에서 추진 동력을 잃은 만큼, 특히나 지금과 같이 여야 모두 이견이 교차하는 상황에선 통과가 불발될 확률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과방위 내에서는 대안으로 망 기금 설립이 제시된다. 박완주 의원(무소속)의 경우 올해 국정감사에서 “망을 고도화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CP와 ISP가 공정하게 분담해 이용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박완주 의원 측은 이와 관련해 오는 19일 화상 토론회도 진행한다.
하지만 망 기금 문제는 ISP도 CP도 썩 반가워 하지 않는 카드다. ISP 입장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망이용대가를 기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고, CP들은 망 고도화가 어디까지나 ISP의 몫일 뿐이라고 본다. 다만 넷플릭스의 경우 망이용대가를 내지 않는 대신 망 기금 출연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일부 의원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